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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유언

by 大建 2015. 5. 20.

부활 제7 주간 수요일(요한 17,11-19)

 


 

1. 나는 어머니의 유언을 듣지 못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니의 유언을 듣지 못했다.

 

어머니는 혼수상태(koma)에서 돌아가셨기에 유언을 남기실 수 없었던 것이다. 의식이 있으셨다면 무슨 유언을 남기셨을까 가끔 생각해 본다. 아마도 형제간에 화목하게 잘 살라는 말씀이지 않을까 싶다.

 


 

2. 어느 재벌이 죽기 전에 "내가 죽거든 두 손을 관 밖으로 내놓아라" 하고 자식들에게 말하였단다. 재벌의 총수로서 죽지만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함을 나타내는 말인 것이다. 죽음이 임박해서 인생의 진리를 자식들에게 깨우쳐 주고 싶은 마음에서 그런 말을 남겼으리라. 그러나 그 자식들은 아비가 죽은 후 여러 해가 지난 오늘날 재산 문제로 서로 소송을 하며 싸우고 있다. 그들이 진정 아비를 사랑하고, 아비가 남겨주신 인생의 진리를 마음에 새기고 살려고 했다면 이렇게 형제간에 싸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돈, 재물 뿐인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아비의 명예를 사후에 짖밟는 꼴을 보이고 있다.

 


 

3. 오늘 복음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유언적인 성격의 기도를 아버지 하느님께 바치신다. 그 골자는 당신의 제자들을 "지켜주어,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해달라"는 것이다. 제자들에 대한 그분의 사랑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 유언적인 기도 말씀처럼 사도들은 하나가 되어 그리스도의 유지(遺志), 하느님 나라 건설에 힘썼다.

 


 

4. 세월이 흘러 그리스도께 대한 기억과 사랑이 옅어지자 사람들은 서로 갈라져서 그리스도의 교회가 아닌 "내 교회, 우리 교회" 세우기에 급급하고, Ad Mayorem Gloriam Dei(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 살기 보다는 제 각기 스스로를 드러내고 높이려 하면서 그리스도의 사랑, 아버지의 영광을 짖밟는 행태를 보이게 되었다.

 


 

5. 우리가 유언을 지킬 때 고인의 말씀 안에 담겨 있는 권위에 승복하고 고인을 사랑한다는 것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남겨주신 말씀 "서로 사랑하라, 하나가 되어라"하는 말씀을 지키고 삶으로써, 말씀이신 그분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께서 영광받으실 수 있도록 하고, 우리 또한 그분을 사랑하고 있음을 드러내도록 하자.

                                                                                                                                                            (95G1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