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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그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by 大建 2015. 1. 21.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연중 제2 주간 수요일, 마르 3,1-6)


어제에 이어 오늘도 우리는 복음에서 안식일 논쟁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복음을 묵상하다 보니 바리사이들의 태도에서 묘한 대비가 마음에 남는다.

주님께서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하고 질문하셨지만  바리사이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예수님의 생명을 주는 행위에 대한 말씀에는 입을 닫고 있던 그들이 입을 연 것은 "예수님을 어떻게 없앨까 모의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생명 앞에, 생명을 위한 일에는 입을 다물고, 죽음을 위한 일에는 입을 열고 있는 것이 바리사이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생명보다는 죽음이라는 가치였다는 말이 된다.

결국 그들은 생명의 주인이신 분을 죽음으로 몰라갔지만, 그분은 결코 죽음에 패하지 않으시고 생명, 영원한 생명을 세상에 가져오셨다. 

그분의 승리로 말미암아 교회는 바오로 사도와 더불어 "죽음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 죽음아, 너의 독침이 어디 있느냐?"(1코린 15,55) 하고 외칠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아녜스 성녀도 죽음을 조장하는 신과 그 세력에 결코 굴하지 않고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느님께 온전히 자신을 봉헌함으로써 순교의 영광과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는 바리사이들과 같지 않은지 반성해 볼 일이다. 생명을 수호하는 말을 해야 할 때는 짐짓 침묵을 지키며, 남을 비방하고 중상할 때는 오히려 열심히 입을 놀리는 일이 많으니 말이다.

이제 우리도 바리사이들처럼 죽음과 죽음의 승리를 위한 일에 가담하거나 힘을 보탤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편에 서서 영원한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과 그분께서 주시는 생명에 관한 일에 적극 나서고 생명을 옹호하는 신앙인으로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온갖 종류의 살인, 집단 학살, 낙태, 안락사, 고의적인 자살과 같이 생명 자체를 거역하는 모든 행위와 지체의 상해, 육체와 정신의 고문, 심리적 탄압과 같이 인간의 완전성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와 인간 이하의 생활조건, 불법감금, 유형, 노예화, 매춘, 부녀자와 연소자의 인신매매, 또는 노동자들이 자유와 책임을 가진 인간으로 취급되지 못하고 단순한 수익의 도구로 취급되는 노동의 악조건과 같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모든 행위 등, 또 이와 비슷한 다른 모든 행위는 실로 파렴치한 노릇이다.  그것은 인간 문명을 손상시키는 행위이며 불의를 당하는 사람보다 불의를 자행하는 사람을 더럽히는 행위로써 창조주께 대한 극도의 모욕이다."(사목헌장 27)

이러한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이 한국 사회는 위와 같은 온갖 불의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되었고, 그로 말미암아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보아라, 내가 오늘 너희 앞에 생명과 행복, 죽음과 불행을 내놓는다.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령하는 주 너희 하느님의 계명을 듣고,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며 그분의 길을 따라 걷고, 그분의 계명과 규정과 법규들을 지키면, 너희가 살고 번성할 것이다"(신명 30,15-16) 하신 하느님의 말씀을 깊이 새겨 마음에 담고, 죽음과 죽음의 세력에게는 단호한 자세로 고개를 저으며,  생명 자체이신 분께 대한 진리와 생명을 위한 진실을 말하기 위하여 우리 입을 더욱 열심히 열기로 하자.                                                                                                                                          (5H2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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