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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은도 나의 것, 금도 나의 것이다.

by 大建 2014. 4. 23.

부활 팔일 축제 내 수요일(사도 3,1-10; 루까 24,13-35)


중세의 유명한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과 교황 인노첸시오 4세가 교황청 발코니에서 이야기 하고 있었다. 당시 교회는 최고의 부와 권력을 구가하고 있었다. 마침 세금을 수송하는 마차가 교황청을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인노첸시우스 교황이 말했다. "자, 이제 교회가 '나는 금도 은도 없습니다'라고 말하던 시대는 지나갔소."

교황은 오늘 제1 독서, 사도행전에서 베드로와 요한이 성전에 들어가는데 앉은뱅이 거지가 구걸하자 베드로가 했던 대답을 인용하면서 교회의 부와 권력을 자랑한 것이다. 그러자 토마스 성인이 말을 받아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성하. 그러나 또한 이제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라고 교회가 말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금과 은, 권력과 부를 얻은 대신에 그리스도의 이름을 통한 능력을,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교회의 힘을 잃었다는 뜻이다.


오늘 복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길을 가던 제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날리 저물자 함께 집에 들어가시어 빵을 떼어 나누신다. 이미 부활의 영광 중에 계시고, 또한 이제 하늘 나라의 아버지 오른편에 좌정하시게 될 분이시지만, 여전히 인간을, 제자들을 사랑하시어 함께 하시는 모습이 눈물겹도록 정겹다. 


오늘날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우리 교회가 소외받고 가난한 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뿐만 아니라 교회 스스로 가난을 실천해야 함을 강조하신다. 당신 역시 이 가난을 솔선수범하시고 계신다. 뿐만 아니라 모든 계층의 신자들, 어린이들, 심지어는 비신자, 냉담자들과도  아주 소탈하게 지내신다. 교황님의 이러한 모범이 많은 신자들 뿐만 아니라 비신자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교회가 그리고 신앙인들이 자기가 가진 것을 내세우며 거들먹거리고 세상의 권력자들처럼 군림하려고만 하거나 다른 이들에게 들어높임 받기만을 원하면서 이웃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려고 하지 않을 때, 우리는 더 이상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라고 하며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능력을 선포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우리의 벗, 우리의 형제 자매로 삼을 수도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우리가 가진 것이 없을수록, 혹은  가진 것이 더러 있다 하여도 "은도 나의 것, 금도 나의 것이다. 만군의 주님의 말씀이다. "라는 하까이 2,8의 말씀을 되새기면서 가난하고 겸손한 자로서 소탈하게 이웃에게 다가가며 그를 인생 여정의 도반(道伴)으로 여길 때 우리는 그들에게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조그만 도구로 쓰일 수 있음을 깨닫고,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는 신앙인, 세상과 연대하는 교회를 만들어 가기로 하자.

                                                                                                                                               (47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