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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身體髮膚 受之天主(신체발부 수지천주)

by 大建 2014. 10. 17.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연중 제28 주간 금요일, 루까 12,1-7)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몸과 뼈, 터럭과 장기는 모두 부모로부터 받았으니, 이를 감히 훼손하거나 다치게 하지 않고 잘 보존하는 것이 효도의 시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제 이발을 하고 머리카락을 잘라버렸다! ^^)

그런데 사실은 身體髮膚 受之天主라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것이리라(그러니 머리가 벗겨지신 분들은 이제부터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려니 해야 한다! ^^).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온전한 육체 뿐만이 아니라, 영혼까지 주신 분이시요, 보다 궁극적으로는 생명을 주신 분이시다.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을 뿐만 아니라 생명을 거둬가시기도 하는 분이기에 그뿐게 生死與奪權(생사여탈권)이 있다고 우리는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작 두려워해야할 하느님은 두려워 하지 않고, 우리의 목숨을 함부로 해치고, 우리의 인격과 인권을 짓누르고 박탈하는 권력자들을 두려워 하고 살아가고 있으니 그렇게 어리석은 삶을 살지 말라고 하시는 오늘 복음의 말씀은 바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 신앙인들에게 가하시는 일침이 아닌가 싶다.

국정원이 아무리 사악한 방법으로 세상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거짓으로 포장하여도, 또 검찰, 경찰이 아무리 무죄한 사람들을 사찰하고 죄를 뒤집어 씌우려 하여도, 즉 세상의 독재자들이 아무리 불의한 권력으로 우리를 억누른다고 하여도, 그들은 우리의 "육신은 죽여도 그 이상 아무것도 못하는" 자들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가 육신의 죽음에만 연연한다면 우리는 참된 신앙인이 아니다. 生死與奪權을 쥐고 계시는 하느님은 저 사악한 자들의 "육신을 죽인 다음 지옥에 던지는 권한"까지 지니신 분이심을 진정으로 우리가 믿는다면 우리는 두려워 할 것이 없는 것이다.

오늘 교회가 기념하는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를 비롯한 교회 역사 안의 수많은 순교자들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장엄히 자신들의 죽음으로써 증거한 분들이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자랑스러운 순교 선열들 덕분에 우리가 오늘날 "복음의 기쁨"을 누리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세상의 가치와 시류, 권력의 눈치만 보면서, "우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신" 하느님을 믿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 것은 크게 잘못된 자세인 것이다.

우리를 당신 닮은 모습으로 창조하시고, 몹시도 귀하게 여기시는 하느님께 온 마음으로 감사드리면서, 세상 안에서 당당하게 그 선하신 하느님의 뜻을 외치며 그분의 나라를 건설해 나가기로 하자! 

                                                                                                                                                                      (4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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