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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왜 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by 大建 2014. 10. 24.

연중 제29 주간 금요일(루까 12,54-59)


신학교 시절 어느 교수신부님께서는 "성경에 씌여 있다고 무조건 다 믿지 말아라" 하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당시는 "교수신부님이 어떻게 저런 소리를 하시는가?"하고 의아해 하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차츰 깨닫게 된 사실은 "성경에 씌여 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진리라고 받아들이지 말아라. 그것은 죽은 문자를 섬기는 것이다. 네가 몸소 깨우치도록 하느님의 성령께서 이끄시는 것을 받아들이려고 할 때, 그것이 참 진리로서 너와 세상 안에서 새롭게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뜻이었음이다. 


예수님 당시의 율법학자들이나 오늘날 개신교의 일부 근본주의자들이 비난받는 것은 그들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말씀이 아닌 "죽은 문자"를 섬기듯이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적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이 성경 말씀은 제대로 읽고 묵상하지도 않고 또 그렇기 때문에 올바로 깨닫지도 못하면서, 조중동이나 KBS, MBC에서 나오는 말은 마치 하느님 말씀보다도 더 절대적이고 틀림없는 사실로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예를 들면, 교회의 공식기관인 주교회의 에서 혹은 성직자, 수도자들이 개별적으로라도 "세월호 피해자들이 의사자 지정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 라고 조중동에 의해 세월호에 관한 많은 사실들이 조중동에 의해서 그리고 사악한 정권에 의해서 왜곡된 것이 많음을 아무리 이야기 하여도 그들은 "하느님의 말씀과도 같은 조중동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 조중동에 나온 것은 절대적으로 진실이다"는 자세로 진실을 올바로 파악하려고 하지도 않고, 받아들이려고 하지도 않는다. 


과연 이러한 사람들에게 "신앙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요즈음 자주 든다. 교회의 가르침, 또는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삶을 살기로 서약한 성직자들의 가르침보다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는 사이비 언론과 국민을 속이기에 급급한 사악한 독재 집단의 말에 더 진정성을 부여하며 오히려 교회가, 성직자들이 문제가 있다고 가르치려 드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오늘 주님께서는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너희는 왜 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하시는데 이것은 진정 오늘날의 이 나라 국민들과 많은 그리스도교인들에게 하시는 말씀이 아닌가 싶다. 스스로의 판단력, 분별력은 팽개쳐 버린 채 세속의 권위와 군중심리에 무작정 끌려다니기만 하는 그러한 사람들에게 말이다.


오늘의 복음 말씀이 당시의 지도자들에게만 한 말씀이 아님을 새겨야 한다.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우리가 "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면, 이 세상 안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뜻, 즉"시대의 징표"를 깨닫지 못하고, 결국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자격도 상실하고 하느님 나라로 향하는 그리스도의 제자들의 대열에서도 낙오하고 만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46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