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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좁은 문"과 마라톤

by 大建 2014. 10. 29.

연중 제30 주간 수요일(루까 13,22-30)


흔히 우리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어떤 것에 성공했을 때 "좁은 문"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혹시 경쟁 사회에 살아오는 우리도 이렇게 세속적인 의미로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시는 "좁은 문"을 이해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오늘 읽은 루까복음에서처럼 "많

은 사람이 그곳으로 들어가려고 하겠지만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하는 말씀만 두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마테복음에 의하면 주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멸망에 이르는 문은 크고 또 그 길이 넓어서 그리로 가는 사람이 많지만 생명에 이르는 문은 좁고 또 그 길이 험해서 그리로 찾아 드는 사람이 적다"(마테 7,13).  

좁은 문이 오히려 경쟁률이 낮다는 것이다. 세속의 좁은 문과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좁은 문은 이렇게 다르다.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좁은 문은 경쟁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고독하게 걸어가야 하는 길이고, 다른 사람들의 반대나 비웃음에도 걸어가야 하는 길이다.


몇년 전에, 일본에서 어른도 힘든 마라톤 풀코스 42.195킬로미터를 포기하지 않고 완주해 낸 17명의 어린이들의 이야기가 화제를 모았다. 어느 유치원에 다니는 이 아이들은 추위와 고통을 참아내며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갔고, 결국 모두 완주를 해냈다는 이야기다. 가장 늦게 들어온 어린이의 기록은 8시간 47분이었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 낸 '꼬마 영웅'들의 이야기는 조금만 힘들어도 쉽게 포기하는 요즘 신세대와 대비돼 진한 감동을 주었다.

이 어린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기고 지는 것에 구애받지 않고 완주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꼭 해내고 말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어른들도 힘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것이다. 


우리의 인생 여정, 우리 영혼의 구원의 길도 이렇게 단거리 경주처럼 다른 이들을 따돌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마치 마라톤과 같이 길고 험난한 길을 고독하게 혼자 뛰어서 골인하는 것이 목적이다. 비록 다른 사람들에 비해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목표에 다다르게 될 때 그 가치는 무엇에도 비길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한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와 같이 타인과의 경쟁에만 신경을 쓰기에 진정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는 너무도 쉽고 허약하게 무너지고 마는 이들에게 주님께서는 자극을 주시며 도전하신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이끄는 문은 넓고 길도 널찍하여 그리로 들어가는 자들이 많다. 생명으로 이끄는 문은 얼마나 좁고 또 그 길은 얼마나 비좁은지, 그리로 찾아드는 이들이 적다"(마테 7,13).

                                                                                                                              (49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