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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

by 大建 2014. 11. 19.

연중 제33 주간 수요일(루까 19,11ㄴ-28)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라는 말이 있다.  가난한 사람은 점점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점점 더 부유해진다는 뜻이다. 이 용어는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사실 오늘날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문제가 바로 이러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온 세계에서 심화시키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왜 안 그렇겠는가! 무한경쟁 체제 하에서 자본을 가진 이는 가지고 있는 자본을 더 투자해 보다 큰 수익을 창출하지만, 없는 이는 그런 여력이 없어 점점 더 경쟁에서 밀리고 더욱 가난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주님께서는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하시며 분명히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을 말씀하시고 계신다. 신자유주의는 커녕 경제라는 말 조차 들어보지도 못하셨을 주님께서 그러한 현상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것이 놀랍고, 더우기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부정적으로 쓰이는 그 말을 신앙 생활에 적용시켜 말씀하시니 더욱 의아스럽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어느 식당의 음식이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 점점 그 집에는 손님이 늘어나는 반면, 서비스도 안 좋고 음식도 맛이 없는 식당은 손님들이 발길이 끊기는 것은 시간 문제다. 또 어떤 탈렌트가 자기 재능을 잘 계발하기 위해서 연습을 충분히 하고 발전을 위한 노력을 충실히 했다면 그의 재능은 점점 더 관중으로부터 환영을 받아 인기가 올라갈 것이지만, 재능만을 믿고 자기 계발에 소홀히 하고 연습도 제대로 하지 않는 탈렌트는 그만큼 스타 대열에서 뒤떨어지는 삶, 결국, 군중들에게서 잊혀지는 삶을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님께서는 바로 이러한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다. 사실 오늘 복음에서는 종들에게 열 미나씩을 주었다고 했지만, 같은 맥락의 비유를 말씀하신 지난 주일의 복음, 마테 25,14-30에서는 "한 사람에게는 다섯 탈렌트, 다른 사람에게는 두 탈렌트, 또 다른 사람에게는 한 탈렌트를 주었다"고 전한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듯이 이 "탈렌트"라는 돈의 단위가 오늘날 "재능, 재능있는 사람, 하느님에게서 받은 선물"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말인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주인(하느님)으로부터 탈렌트이든 미나든 무엇인가 엄청나게 받은 사람들이다(1탈렌트는 오늘날 화폐로 환산하면 7.2억원 정도, 1미나는 1200만원 정도 되는 큰 돈이다). 복음서들은 모두 나중에 각자가 받은 것을 주인 앞에 헴바쳤다고 한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받아누리고 살아가는 것들은 단순히 우리의 것이 아니라 언젠가 하느님 앞에서 헴바쳐야 할 것, 즉 하느님께 돌려드려야 할 것이라는 뜻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이 세상을 더욱 풍요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도록 우리에게 재능, 지식, 재물, 권력 등 모든 것을 주시지만 나 혼자만 간직하고 쌓아놓고 살아가라고 그것들을 주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히 나의 욕심을 채우려고 더 받고, 더 벌기 위해서 노력하라는 말씀이 아니다. 가치있는 삶, 가치로 풍요로워지는 삶을 살도록 그 가치들을 배가시키도록 우리를 불러주셨다는 말씀이고, 그렇다면 우리는 가치 중의 최고의 가치인 사랑으로서 "우리"의 삶, 너와 내가 함께 살아가는 이 삶을 충만케 하도록 의무지워졌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렇게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사랑의 덕, 애덕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가장 작은 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가장 보잘 것 없는 이에게도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며, 그러한 자세는 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게 될 것이다. 덕과 은총은 서로 상승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46C)


탈렌트를 낭비하는 삶을 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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