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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

by 大建 2015. 1. 9.

주님 공현 후 금요일(루까 5,12-16)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병환자들은 건강한 사람들로부터 경원시되던 사람들이었다.

"악성 피부병에 걸린 병자는 옷을 찢어 입고 머리를 푼다. 그리고 콧수염을 가리고 ‘부정한 사람이오’, ‘부정한 사람이오.’ 하고

 외친다. 병이 남아 있는 한 그는 부정하다. 그는 부정한 사람이므로, 진영 밖에 자리를 잡고 혼자 살아야 한다"(레위 13,45-46). 

이스라엘에서도 이렇게 부정한 사람 취급을 받았기에 건강한 사람 곁에 다가가서는 안 되는 나병환자 한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왔다.


돌맞아 죽기를 불사한 것일까? 아마도 예수님은 자신을 내치시지 않으실 것이라는 것을 소문을 통해서 어렴풋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기껏 그분 곁에 와서는 차마 얼굴을 들고 바라보며 이야기 하지 못하고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청하였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바리사이와 세리의 기도 비유에 나오는 세리의 모습과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

청하는 말투도 우리의 상상과 다르다. 보통은 "저를 깨끗하게 하여 주십시오" 하고 청하지만,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하고 만다. 간절한 마음이 없는 것일까? 

아니다! 너무도 간절하였기에 그저 처분에 맡긴다는 기도인 것이다. 


우리는 흔히 하느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는 하느님께서 내가 바라는 것을 꼭 해주셔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내가 바라기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바라시기 때문에 해주시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오늘 나병환자가 드리는 청원은 우리 기도의 모범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 하실 수 있습니다”. 

무조건 내가 바라는 것을 해달라고 떼를 쓸 것이 아니라 그분의 마음이 움직이도록 청해야 한다. 그분이 원하셔서 하실 수 있도록 청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겸손의 기도가 주님께서 바라시는 기도이며, 이러한 겸손 앞에서 주님의 마음은 자연스레 움직이게 되어 “내가 하고자 하니 ...게 되어라”하고 응답을 주실 것이다.

주님께서 겟세마니 동산에서 하신 기도를 깊이 새기고 우리도 그렇게 기도하기로 하자.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마테 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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