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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우리를 부르시는 하느님

by 大建 2015. 2. 21.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루까 5,27-32)


사순절이 시작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순절을 우울하고 힘든 시기쯤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재의 수요일에 말했듯이, 억지로 극기하는 시기가 사순절이 아니고, 따라서 또한 억지로 참회와 회개하는 시기가 사순절도 아니니 사순절을 그렇게 어두운 얼굴로만 바라볼 필요가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시만 사순절은 은총의 시기이다. 우리에게 은총을 주시는 하느님께 찬미드리며 마음껏 그 은총을 누리는 시기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하느님은 우리를 불러주시는 은총을 베풀어주신다. 세례 때에 우리를 불러주셨듯이 다시 한 번 우리가 당신의 초대에 응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불러주고 계신 것이다.

오늘 독서와 복음이 바로 그러한 가르침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제1 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네가 네 가운데에서 멍에와 삿대질과 나쁜 말을 치워 버린다면, 굶주린 이에게 네 양식을 내어 주고, 고생하는 이의 넋을 흡족하게 해 준다면, 네 빛이 어둠 속에서 솟아오르고, 암흑이 너에게는 대낮처럼 되리라." 하며 유배 생활 중인 이스라엘 백성이 죄를 뉘우치고 하느님께 돌아온다면 다시 번성할 수 있을 것임을 예언하고 있다.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당시 사회에서 죄인 취급을 받았던 레위를 "나를 따라라" 부르시며 당신 제자로서의 새로운 삶을 살도록 초대하시고, 레위는 이러한 기가 막힌 은총의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하였다는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의 어렸을 적 이야기다. 

하루는 근처 가게에서 구워 파는 양고기가 어찌나 먹고 싶었던지 궁리 끝에, 아버지 침실로 몰래 들어가 장롱을 뒤져 동전 몇 푼을 꺼내들고 상점으로 달려가 양고기를 사서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저녁이 되어 집에 돌아온 그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는 정직하게 고백하는 것이 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늦은 밤에 아버지께 직접 말씀드리기가 어려워서 작은 종이에 몇 줄을 적어서 그것을 돌돌 말아 가지고 아버지의 침실 문 열쇠 구멍에 끼워 넣고 돌아오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 이튿날 그는 잠에서 깨자마자 아버지의 침실로 향했다. 가서 보니 열쇠구멍에 꽂혔던 종이는 없어졌고 그 구멍을 통해 방안을 살피니 아버지께서 그 종이를 읽으시며 눈물을 닦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 그의 잘못을 고백했고, 아버지는 그를 꼭 껴안아 뜨거운 사랑을 표시했다고 한다.

후에 간디는 이때 경험을 회상하면서 용서해 주시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면서 하느님의 인자하신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부르시는 것은 벌주고 심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그분의 자비를 체험하고 그분 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도록 부르시는 것이다.

은총의 사순절, 우리를 사랑으로 부르시는 그분의 목소리에 기꺼이 응답하고 기쁜 마음으로 회개하여 새 삶을 살아가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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