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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by 大建 2015. 6. 27.

연중 제12 주간 토요일 (마테 8,5-17)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백인대장의 하인을 고쳐주시는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백인대장은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부르면서 다가왔다. 그에게는 사람들, 군인들을 다스리는 권한이 있지만 예수님에게는 치유의 권한, 병든 사람을 고치고 죽은 사람을 살리는 권한이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아무리 큰 권력을 누린다 해도 하느님의 권능 앞에는 무릎을 꿇어야 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라고 말씀드린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백인대장의 믿음의 자세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자신의 종, 하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다. 당시 사회에서 종은 사고 파는 물건과 다름없는 하찮은 존재일 뿐이었다. 그리고 이용 가치가 없는 "병든 종"은 한 마디로 "쓸모없는 종"(마테 25,30; 루까 17,10)일 뿐이었다. 하지만 백인대장은 자기의 병든 종을 한 인간, 이웃으로서 사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는 겸손이다. 당시에 백인대장은 100 명의 병사를 지휘하는 사람이었다. 무적의 로마군 백 명을 호령하던 백인대장이 주님 앞에 몸을 낮추어 스스로 종의 자세를 취한다. 감히 예수님을 자신의 집에 모실 자격조차 없으니, 자신이 부하나 종한테 하는 것처럼 그저 한 말씀만 하시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말씀만 해 주셔도 자신의 종이 나을 수 있음을 믿고 고백한 것이다. 


당연히 이 백인대장은 이방인이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방인과 대면하는 것을 머뭇거리지 않았고 유대인들에게는 부정한 일로 여겼던 이방인의 가정을 방문하기를 희망했다. 예수는 만인의 구세주이시기 때문이다. 민족이나 사회계급은 그분께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하느님은 이렇게 사랑을 지니고 이웃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하는 사람의 청을 마다할 리 없으신 분이시고 믿음으로 청하는 기도를 외면할 리 없으신 분이시다.


예수님은, 나자렛 고향 사람들이 당신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며 보여준 믿음의 결여에 반해, 말 한 마디로 종의 병을 고칠수 있다는 백인대장의 믿음에 감탄하신다. "나는 이스라엘의 그 누구에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그리고 말씀하신다. "많은 사람이 동쪽과 서쪽에서 모여 와, 하늘 나라에서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함께 잔칫상에 자리 잡을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의 상속자들은 바깥 어둠 속으로 쫓겨나,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유다인이냐 이방인이냐", "세례받은 그리스도교 신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믿음은 하느님의 권능을 인정하는 것이고, 자신은 하느님 앞에 아무 것도 아닌 존재일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그분께 의탁하는 것이다. 


백인대장의 겸손하고도 아름다운 말을 본받아 우리가 매일 미사 안에서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 하고 고백하듯이, 일상의 삶 안에서 이기심, 탐욕, 증오, 교만 등으로 상처입고 살아가는 우리를 치유해주시기를 겸손되이 그리고 간절히 청하는 신앙 생활을 하기로 하자. 


그리고, 백인대장의 종을 고쳐주시기 위해 그의 집에 몸소 가려고 하셨듯이, 성체를 통해 매일 우리에게 몸소 다가오시는 하느님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하여, 우리도 세상의 죄악, 불의로 말미암아 울부짖고 있는 주변의 이웃들에게 연민의 마음을 지니고 다가가기로 하자.


                                                                                                                                                                    (5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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