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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by 大建 2015. 11. 27.

연중 제34 주간 금요일(루까 21,29-33)

01


10월 말이었다. 길을 가다가, 가로수 옆에 피어난 분홍색 작은 꽃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분명 광대나물이고, 광대나물은 봄에 피는 꽃인데...? 내가 잘못 알고 있나 싶어서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들어가서 검색을 해보아도 분명 개화시기는 4-5월로 되어 있다. 온난화 현상 때문에 생태계가 변화되고 있는 증거라는 사실을 확인하니 마음이 공연히 무거워진다.

또 며칠 전 잠간 뉴스를 보는데 강원도에서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농민이 "가을철 장마" 때문에 배추가 다 썩어버리게 되었다고 울상을 짓고 있었다.


자연이 아주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그 혼란의 끝은 무엇일까...? 혼돈의 끝이 비극이 아니라 새로운 조화이기를 간절히 기도해야 할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무화과나무와 다른 모든 나무를 보아라. 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루까 21,29-31) 

이 말씀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일상 생활 안에서 "시대의 징표"를 깨달으며 깨어 기다리는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는 말씀인 동시에,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이 온 것이니 세상의 어둠에 대해서 실망하거나 좌절, 체념하지 말라는 말씀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여름 발표하신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하여,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위기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으로 인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우리 모두가 이제는 회개하고 힘을 합쳐 "우리 공동의 보금자리인 지구"를 지켜내고 우리 사회를 변화시켜 나아가야 함을 강력히 설파하고 계신다.

"시대의 징표"를 올바로 바라보지도 않고 깨닫지도 못하며 따라서 자신과 사회를 변화시켜나가지 않는 삶은 그저 멸망으로 치달을 뿐이다. 그러나 이 세상 안에서 이미 드러나는 하느님 나라의 표징을 올바로 깨닫고, 깨어 기다리는 삶, 즉 회개하며 세상을 하느님의 뜻 안에서 변화시키는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어두움이 어두움이 아니라 새벽을 알리는 표지인 것이고 따라서 그는 기쁨 속에 살 수가 있는 것이다.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