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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무얼 좀 잡았느냐?

by 大建 2017. 4. 21.

부활 팔일 축제 내 금요일(요한 21,1-14)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물음을 제자들, 그리고 우리들에게 던지신다.


원래 제자들 중 대부분은 어부들이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하시면서 그들을 당신

의 제자로 삼으셨다.

그런데 제자들은 예수께서 수난을 당하시고 부활 하신 후 두 번이나 자신들에게 나타나셨음에도 불구하고 불신앙으로 말미암아 허탈함과 무료함을 달래려고 고기를 잡으러 나선다. 옛 생활, 옛 직업으로 돌아간 것이다.

하지만 의욕없이 하는 어떤 일이 잘될 리가 없다. 그들은 고기를 못잡았다.

이러한 그들에게 던지시는 질문,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하는 말씀은 단순히 궁금해서 하는 질문을 넘어서서 질책의 말씀으로 들린다. 

심지어 오래 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어느 후보가 국민들에게 반복해서 던진 질문 "살림 좀 나아졌습니까? 행복하십니까?" 하는 말과 겹쳐서 들리기도 한다.


제자들이나 우리나 부끄러워 대답을 못한다. "사람낚는 어부"라는 새로운 신원을 버리고 고기 나부랭이나 잡는 어부라는 옛 직업으로 돌아간 그들이나, 죄의 사슬에서 우리를 구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죄의 종살이를 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이나 염치가 없어 고개조차 들 수가 없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제자들이나 우리나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은총으로 기다려주시기 까지 했지만 회개하지 못하고 허송세월하며 살아온 자신의 모습에 입을 벌릴 염치조차 없다.


그러나 이렇게 한없이 작아지고 낮아지는 우리 모습 앞에, 고기도 못 잡고 기가 죽어 있는 모습 앞에, 옛 죄의 종살이로 돌아갔지만 살림살이가 나아지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우리 앞에 그분은 한없이 자비로우신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신다. 

사람을 낚는 방법이 아닌 고기를 낚는 방법을 한 수 가르쳐주신다. 세상 안에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시는 것이다.

밤새 고생한 제자들에게 다가가셔서 "빵을 들어 그들에게 주시고 고기도 그렇게 주셨다". 당신 자신을 전해주신다. 다시금 당신을 먹고 우리가 힘을 내어 일어설 수 있도록 하시는 것이다.


부활은 이렇게 우리에게 자애와 사랑으로 다가오시는 하느님의 시간이다. 

우리 또한 그분의 사랑으로 우리 삶을 변화시켜 이웃에게 사랑으로 다가가는 새로운 존재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