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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by 大建 2017. 6. 20.

연중 제11주간 화요일(마태 5,43-48)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상처를 주고 받는다.  그래서 그렇게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증오심을 품는다. 또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를 끼친 사람을 미워하기도 하고 그를 원수로 삼고 살아간다.  때로는 내가 잘 대해 준 사람이 내가 준 사랑만큼 나에게 되돌려 주지 않아서 그 사람에게 섭섭한 감정을 갖기도 하고 그 섭섭한 마음이 미움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래서 서로 사랑해야 할 부부간에도 때로는 서로 증오심을 갖기도 한다. 


이렇게 세상 사람들 가운데는 원수나 미워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이 없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처럼 미워하는 원수를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 우리는 원수를 사랑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특히 믿음 안에서 미움을 이겨내고 원수를 사랑하게 된 사람들의 예는 많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내게 그러한 사람이 생길 때 그를 용서하고 사랑하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는 원수를 사랑하는 것은 대단한 사람들만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나와는 별로 관계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원수 사랑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의 기초다. 성경은 분명히 우리에게 원수를 사랑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오늘날 대다수의 신앙인들이 성경에서 자신의 유리한 말씀은 잘 기억하고 자기에게 불리한 말씀은 기억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크게 잘못된 자세다. 


우리가 남을 미워하며 사는 것은 이 세상을 더욱 악하게 만들 뿐이다. 우리가 악한 자를 미워하면 그를 더욱 자극하게 되고 그는 더욱 우리를 향해서 악해지고 우리는 그를 더욱 미워하게 된다. 그래서 서로 같이 더 악해지고 서로의 악이 증가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복수는 복수를 낳고, 잔인한 보복은 더 잔인한 보복을 낳는다. 대부분의 폭력 영화들이 이런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원수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말씀하신다.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그것은 세리들도 하지 않느냐? ...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고 그를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에게 그렇게 할 마음,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마음, 즉 용서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지니고 살아감으로써 우리는 또한 하느님과도 거리를 두게 되고 점점 위선적인 신앙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이신 하느님 아버지와 올바른 관계를 맺고 참으로 원수를 사랑하려면 우리는 먼저 용서해야 한다. 나에게 해를 끼친 사람을 진정으로 용서하지 않으면 결코 그를 사랑할 수 없다. 우리가 매일 바치는 주님의 기도에서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우리가 용서하오니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하고 우리는 기도한다. 우리가 용서하지 않고는, 용서하려는 마음을 품지 않고는 하느님의 용서를 체험할 수도 없으며, 그래서 그분이 나의 수많은 잘못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나를 사랑하시는지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수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사람이 위대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위대하신 사람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사랑보다 위대한 것은 없고, 사랑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하느님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시는 것은 우리가 사랑이신 하느님(1요한 4,16)을 닮아 사랑으로 모든 것을 바로잡아 나가게(완전하게) 하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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