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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조삼모사

by 大建 2008. 4. 3.

부활 제2 주간 목요일(사도 5,27-33; 요한 3,31-36)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말이 있다.
간사한 꾀로 남을 속여 희롱함을 이르는 말로서,
중국 송나라 저공(狙公)의 고사인데, 먹이를 아침에 세개, 저녁에 네 개씩 주겠다는 말에는
원숭이들이 적다고 화를 내더니
아침에 네개 저녁에 세개씩 주겠다는 말에는 좋아하였다는 데서 유래한다.

정치꾼들(사실 나는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을 정치꾼들이라 즐겨 부른다)의 행태를 보면,
이 말이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자기들이 필요한대로 말을 바꾸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만이 아니라 권력자들, 기득권자들, 요즘 소위 말하는 "갑"에 속하는 자들은
권모술수로 자신들의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서 조삼모사[각주:1]식의 행태를 서슴치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고금을 통털어서 공통된 일이다.

오늘 제1 독서에서 유다의 지도자들은 사도들에게
"당신들은 온 예루살렘에 당신들의 가르침을 퍼뜨리면서,
그 사람의 피에 대한 책임을 우리에게 씌우려 하고 있소” 하면서
예수님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바로 “그 사람의 피에 대한 책임은 우리와 우리 자손들이 질 것이오”(마테 27,25)
하고 외치던 자들이 아니던가!

하느님을 믿는다던 유다인들의 행태가 이러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믿은 것은 하느님이 아니라,
자신들의 권력, 자신들의 기득권, 그리고 인간, 자기 자신이었다.

그러나 예수의 부활하심을 확실하게 체험한,
그래서 하느님이 분명 살아계심을 체험한 사도들은 "우리는 이 일의 증인입니다" 하면서
더 이상 하느님이 아닌 다른 어떤 것, 하느님이 아닌 인간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하느님께만 순종하고자 하였다!
"사람에게 순종하는 것보다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이 더욱 마땅합니다"(사도 5,29).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순종하는 이들, 당신을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
성령을 보내 주셔서(사도 5,32; 요한 3,34)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신다(요한 3,36).

우리 또한 우리 자신을 속이면서 순간의 어떤 이익을 위해 쉽게 말을 바꾸며 살아감으로써
하느님과 이웃들과 자신을 속이고
영원한 생명이 아닌 하느님의 진노(요한 3,36)를 사는 일이 없도록 하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숭이처럼 어리석으면 정치인들에게 우롱당한다!


 






  1. 비슷한 말로 조령모개(朝令暮改), 조변석개(朝變夕改)가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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