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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나라38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부활 제4 주간 토요일(요한 14,7-14) 오늘 복음에서 필립보가 예수님께,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을 너는 믿지 않느냐?" 하며 호통을 치신다. 제자들의 믿음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나무라신다. 성 프란치스코 또한 바로 이 말씀을 인용하면서 "주 예수를 영과 신성으로 보지 않고, 인성으로만 보아 그분이 하느님의 참 아드님이시라는 것을 보지도 않았고 믿지도 않았던 모든 사람은 단죄받았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주님의 말씀을 통하여 제대 위에서 사제의 손으로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축성되는 성사를 보면.. 2020. 5. 9.
더러운 영아,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연중 제4 주간 월요일(마르5,1-20) 오늘 복음을 묵상하기 시작하자 마자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바로 박근혜다. 복음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이미 여러 번 족쇄와 쇠사슬로 묶어 두었으나, 그는 쇠사슬도 끊고 족쇄도 부수어 버려 아무도 그를 휘어잡을 수가 없었다. 그는 밤낮으로 무덤(과 산)에서 소리를 지르고 돌로 제 몸을 치곤 하였다." 엄청난 괴력을 사용하였던 모양이다. 이러한 힘은 본디 사람이 원래 지니는 힘이 아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권력은 본디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그것을 탈취했을 때, 그 권력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것일 수가 없고 따라서 그러한 권력의 근원을 알지 못하고 사용하게 될 때 다른 사람들 뿐만 아니라 자신도 상하.. 2017. 1. 30.
세월호를 기억하며 오늘은 세월호 침몰이라는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지 정확히 2년 되는 날이다.오늘을 전후 하여 전국 각지에서는 합당히 구조되어 생명을 누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억울하게 구조받지 못하고 희생당한 304명의 영혼의 안식을 기원하며, 남겨진 그들의 가족이 절망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고 버텨냄으로써 사건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위로하고 연대하는 각종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그리고 그리스도교 신앙인들 중에서도, "아직도 세월호?" "이제 그만 잊자!"고 하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 온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신앙인들은 그러한 망각의 대열에 합류해서는 아니된다. 그리스도교는 근본적으로 "기억의 종교"요, 그리스도교 신앙인은 "기억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 미사 중에 사제.. 2016. 4. 15.
내가 세상 일을 말하여도 너희가 믿지 않는데 부활 제2 주간 화요일(요한 3,7ㄱ.8-15) 우리 수도회에는 러시아나 카자흐스탄 같이 공산주의 체제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변화된 나라에서 선교를 하다 온 신부님, 수사님들이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공통적으로 "이 나라의 대부분 국민들은 아직 민주주의의 국민이 누릴 수 있는 자유에 익숙하지 않아서 주어진 일 외에는 하지 않으려는 타성이 있고, 따라서 노력한 만큼 누릴 수 있는 일정 수준의 자본주의적 이익도 향유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우리 나라 국민들에게도 비슷한 논리를 적용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고, 그것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 확신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왕정 체제에서 바로 왜국의 식민지로 넘어갔다가 사실상 타력으로 해방되어 잠시 자유를 .. 2016. 4. 5.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다 연중 제27 주간 금요일(루까 11,15-26)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 벙어리 마귀를 쫒아내시자, 말을 못하던 이가 말을 하게 되었다. 말 못하는 사람의 고통이 얼마나 클까? 그 답답함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피정 같은 곳에서 우리는 하루만 말을 못하게 해도 얼마나 못 견뎌 하는가! 이렇게 말 못하는 이의 고통을 아신 예수님께서 그에게서 벙어리 마귀를 쫒아내어 다시 말을 하게 해주셨는데 오히려 사람들은 시비를 거는 것이다. 즉 예수님이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쫒아낸다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말을 한다. 정말 억장이 무너질 상황이다. 나 같으면 버럭 화를 내고 싸우려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마음을 진정시키시고, “사탄도 서로 갈라서면 그의 나라가 어떻게 버티겠느냐?”고 .. 2015. 10. 9.
노숙자 예수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연중 제26 주간 수요일, 루까 9,57-62) 1. TV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같은 자연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실제 여우굴을 본 적이 있다. 새끼 여우들에게 굴운 정말 아늑한 보금자리다. 에미 여우가 함께 있을 때는 젖도 먹고 편안히 잠도 자고 또는 가까운 곳으로 나아가서 안심하며 형제들과 장난을 하며 뛰어논다. 그러나 에미가 먹이를 구하러 나갔을 때 새끼들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가 에미가 돌아오면 다시 편안해 지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간혹 에미 말을 듣지 않고 집을 멀리 벗어나는 새끼들은 많은 경우 더 상위 포식자들에게 잡아먹힌다고 한다. 우리 인간들에게도 집은 그러한 곳이 아닐까? 함께 행복을 나누는 가족이 있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 2015.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