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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우리 회 총장은 성령님

by 大建 2010. 10. 16.

연중 제28 주간 토요일(루까 12,8-12)

 

나는 교리를 배우면서부터 사제가 되겠다는 마음을 품었다.
아마도 한국 교회사와 김대건 신부에 대해서 배우던 무렵부터인 것 같다.
어쨌거나 영세를 받고 나서 본당신부님을 좇아다니면서 신학교 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추천서를 써주시기를 부탁드렸다.
그러나 신부님은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말씀만 계속하셨다.
그렇게 좇아다닌 끝에 결국 내 고집이 이겨 본당신부님께서는 추천서를 써주시겠으니
서류를 준비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나는 신학교 입학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슬금슬금 도망질을 치기 시작하였다.
이게 무슨 망신인가!
동경으로만 사제 성소를 받아들였지만,
신부님을 좇아다닌 결과 성직자들의 삶에 대해서 조금 눈뜨게 되었고,
"과연 내가 저러한 삶, 특히, 말씀을 전하는 삶을 제대로 살 수 있겠는가?"하는 두려움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워낙 말주변이 없는 인물이다.
결국 나는 그해 신학교 입학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 후 약 5년이 지난 후 깊은 하느님 체험이 있은 후 다시금 신학교 입학을 시도하게 된다(수도자로서).

그 때 성령께 신뢰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수도자도 사제도 아닐 것이다.

수도자나 사제의 삶의 주체는, 아니 모든 그리스도인의 삶의 주체는 "나 자신"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인도하시는 "하느님-성령"이심을 분명히 인식하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주저없이 따랐던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어떠한 박해자 앞에서도 두려워하거나 당황하지 말라고 하신다.
내 일이 아니라 당신의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을 "나 몰라라" 하시는 분이 주님이 아니시다.
오히려 성령의 힘으로 담대하게 당신의 일을 마무리짓게 하시는 분이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을 일을 하면서 그일을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르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어떠한 일이든지 하느님이 주체이심을 사실 그대로 인정하고
자신은 단순한 도구임을 고백할 때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려가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성령께서는 이렇게 우리의 모든 삶을 인도하시고 우리와 함께하시는 분이시다.
그렇기에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꼬는 "우리 수도회의 참된 총장은 성령님이십니다"하고
자주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정신이 필요하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주체는 성령님이시다.
이제 우리 모두 성령님이 "우리 교황", "우리 주교", "우리 본당 신부", "우리 원장",
또는 "우리 가장"이라는 마음으로 살아가보도록 하자.

그분께 의탁하는 자세가 있을 때 우리 공동체도 더욱 화목해지고 더욱 순탄한 길을 걷게 될 것이다.
                                                                                                                 (0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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