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 주간 금요일
오래전에 본당에서 사목할 때, 우연히 XT 컴퓨터 한 대를 얻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XT 컴퓨터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
그 때야말로 컴맹이었기에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오락 뿐이었다.
때로는 몇 시간씩 오락을 즐기기도 하면서 점점 컴퓨터에 빠져 들어갔다.
어떤 청년이 가져다 준 오락 디스켓의 바이러스 때문에 하드 디스크를 포맷하게 된 일도 있었다.
그러면서 차츰 컴퓨터라는 괴물의 매력을 느끼게 되어 도스 명령어부터 하나씩 혼자 배워나갔다.
그렇게 시작한 컴퓨터 공부로 오늘날 블로그도 만들고,
컴퓨터에 관한 한 누구 앞에서도 어느 정도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오락만 하던 시절에 사이버 사목, 사이버 상담이라는 것은 개념조차 없었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는 오락기에 불과하던 컴퓨터가 사실 하느님 나라의 씨앗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하느님 나라는 가장 사소한 일부터 시작이 된다.
감히 하느님의 일이라고 연관짓기에도 부당해 보이는 것 조차도 이용하시어
"좋은 결과를 이루실 수 있는" 분이 좋으신 하느님, 창조주이신 우리 하느님이시다.
그렇다. 하느님 나라는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다.
우리 삶의 사소한 것 안에서 부터 시작되는 그분의 섭리인 것이다.
미련한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그분이 뿌리신 씨앗이 겨자씨같이 너무도 하찮고도 작은 것이기에 그냥 지나치게 된다.
조금만 눈을 더 크게 뜨고 살아가기로 하자.
우리가 겨자씨를 하느님 나라의 씨앗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우리는 하느님의 훌륭한 협조자, 봉사자가 될 수 있다.
(9M-2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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