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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당신은 누구요?

by 大建 2010. 1. 2.

1월2일 주님 공현 전 토요일(요한 1,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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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취자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어느 방송에서 들은 이야기다.
어떤 청년이 모 회사에 응시를 하여 면접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면접관이 꼭 보고 싶었다고 했단다.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궁금하였기 때문에...
면접관이 이력서를 살펴보니, 국내 유수의 명문 대학 출신에, 이러저러한 자격증도 여럿이고,
여러 가지 운동도 잘 하는 것으로 적혀 있었기에 이렇게 만능인 청년을 꼭 만나보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그 청년은 자기가 이력서 쓰는 것을 잘 몰라서 인터넷에 떠 있는 이력서 작성 예문을 가져다가
이름과 생년월일 정도만 수정하고 그냥 제출하였다는 것을 생각해내었다고 한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이력서쓰는 것을 잘 모른다는 것을 드러내주는 이야기이고,
또한 젊은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알리는데 얼마나 서툰가 하는 것을 알 수 있는 이야기다.

2. 몇년전 우리 작은형제회의 청원소에서 막 수도원에 입회한 햇병아리들에게 종이를 나누어주고
"나는 누구인가? 무엇인가?"를 10개 항목 정도로 요약하여 적어내라고 했단다.
한참을 끙끙대며 적어낸 종이들을 회수하여 보니,
10개 항목을 채우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더욱 한심한 것은 이제 신학생, 수도자로서 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 신원을 하느님, 그리스도와 관련지어 서술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3. 이렇게 우리는 타인들 앞에 나를, 특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서투르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며 많은 경우에
나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보다는 더욱 많은 것을 지녔음을 드러내려고 애쓴다.
과대포장을 하는 것이다.
혹은 나의 추한 모습, 부족한 모습을 애써 감추려고 한다.
이러한 곳에 하느님은 자리하지 않으신다.
아니, 그런 식으로 나를 드러낼 때 나는 하느님의 존재를 없이 여기는 것이며,
하느님 앞에서만 가치가 있는 나의 실존을 부정하는 것이다.

4. 오늘 복음에서 유다의 지도자들은 세례자 요한에게 "당신은 누구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에 세례자 요한은 자신을 과대포장하거나 자신의 신원에 대해 감추는 것이 없이
자신은 "소리"일 뿐이며 "메시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는 대답을 한다.
하느님, 메시아와 관련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겸손되이 드러내는 것이다.

5. 나는 "당신은 누구요?"라는 질문에 과연 어떠한 대답을 내어놓을 수 있을지 묵상해보록 하자!
나의 존재 안에서 하느님을 배제한 채 그럴 듯하게 허위와 위선으로 포장한 답을 내어놓고
그것이 나의 모습이라고 우기지는 않는지...
겸손하지 못한 자는 하느님과 관련없이 살아가며, 이웃에게 그렇게 겉 꾸민 모습만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6. 내일은 주님 공현 대축일이다.
하느님께서는 있는 그대로의 당신 모습을 인간들 앞에 드러내신다. 
가난하고 약한 아기의 모습 그대로 이 세상에 오셨음을 드러내신다.
그러한 유약함 안에서 당신의 권능을 드러내시는 것이다.
이것이 겸손이다.
겸손하신 하느님, 겸손한 세례자 요한을 본받기로 하자.

                                                                                                                            (078H5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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