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8 주간 화요일(마테 14,22-36)
중세 시대 유럽에 흑사병이 돌던 시기, 곳곳에 공포가 확산되자 어느 마을에서는 즉시 마을을 폐쇄시키고 외부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시켰다. 마을 사람들은 각자 자기 집 문을 걸어 잠그고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에서는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 마을에는 한 의사가 있었는데, 그 역시 집문을 걸어잠그고 찾아오는 환자들도 맞아주지 않았다. 자신도 전염될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어느 날 이 의사는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텅빈 것처럼 적막이 감도는 마을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모든 집이 문을 닫아 걸고 있는데도 계속 살람들이 죽어나가니, 결국은 나도 죽겠구나."
그리고 결국 죽을 것이라면 집안에 갇혀 죽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는 진찰가방을 챙겨들고 마을의 환자들을 찾아다녔다.
이 마을은 스스로를 폐쇄시킨 다른 마을과 달리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 의사도 살아남은 것은 물론이다.
오늘 베드로는 거센 바람이 자신을 죽게할까봐 두려움을 지니게 되고 결국은 물에 빠진다.
베드로는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건성으로 따르기는 하였지만, 그분의 말씀이 뜻하시는 바를 알아듣지 못하였고 따라서 믿음도 지닐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의 모든 두려움의 근저에는 죽음, 멸망의 두려움이 있다. 두려움을 이기는 최선의 방법은 두려움의 대상을 직면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두려움이란 대상의 문제가 아니고 그것이 무엇이건 직면하기를 꺼려하는 나의 문제인 것이다.
죽음도 죽고 싶은 사람이나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두려운 것이 아니다.
죽고 싶지 않은 사람, 죽음과 대면하지 않으려는 사람, 죽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죽음은 두려운 것이다.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마르 8,35). 죽음을 없이 하시는 분, 죽음을 이겨 내신 분이 함께 하시는데 두려운 것이 무엇인가! 우리도 죽기로 달려들자!
(08S)
'믿음 희망 사랑 > 강론,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막가파식 정치 (6) | 2010.08.18 |
---|---|
골라먹는 신앙생활하지 맙시다 (7) | 2010.08.05 |
편견을 버리자 (2) | 2010.07.30 |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0) | 2010.07.23 |
고정관념을 깨자 (6) | 2010.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