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2 주간 수요일(마테 7,15-20)
우리 목동 수도원에는 탐스런 포도를 많이 내던 포도나무들이 있었다. "있었다"고 하는 것은 지금은 없기 때문이다.
원래 그 포도나무들은 선교사 형제들이 유럽에서 직접 가져 온 좋은 품종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매년 포도가 탐스럽게 열렸고 포도가 달리기 시작할 때부터 우리는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로다" 하는 주님의 말씀을 정말 생생하게 묵상할 수 있는 산 교재 역할을 잘 해왔다.
그런데 이 나무들이 몇년전부터 열매를 내지 못하였다. 꽃매미가 극성이라 해충 방제도 열심히 하고, 거름이 부족한가 싶어서 거름도 주고, 또는 포도나무는 더러 해걸이를 한다고 해서 "다음 해에는 많이 열리겠지..." 하며 기다려 보기도 했지만,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작황은 더욱 나빠지고 나무들도 말라들어가는 모습이 확연했다. 결국 재작년에 새 포도나무 묘목을 구해다가 심고 죽어가는 포도나무는 하나 둘씩 뽑기 시작해 이제는 완전히 세대 교체를 한 상태다.
다행히도 새로 심은 묘목들이 잘 자라나고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모습이 제법 탐스럽다.
아무리 좋은 품종의 나무라도 열매를 맺지 못하면 모두 잘려나가고 뿌리채 뽑히게 된다는 것이 오늘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교훈의 말씀이다.
우리 인간들도 여러 가지 이유로 다른 이들에게 세속적인 존경과 찬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진정 하느님께서 내게 생명을 주시고, 그리스도인으로 불러주신 것은 우리가 좋은 열매를 맺고 살아가게 하심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나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께 영광을 돌려드리고 포도나무인 그리스도의 신비체, 교회에 유익을 가져오기 위함이라는 것을 결코 망각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우리의 몸은 각 부분이 자기 구실을 다함으로써 각 마디로 서로 연결되고 얽혀서 (포도나무이신 주님께서 주시는 수액 안에서) 영양분을 받아 자라납니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교회도 이와 같이 하여 사랑으로 자체를 완성해 나가는 것입니다"(에페 4,16).
우리가 낼 수 있는 좋은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와 같은 은총의 열매(갈라 5,21-22)로서, 그 열매를 먹는 우리 이웃들이 또한 풍부한 생명력으로 살아가게 해줄 것이다. 그것이 바로 포도나무이신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살아가도록 우리가 불리운 이유이자 목적인 것이다. 따라서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시는대로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불러주셨으니 그 불러주신 목적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에페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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