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
귀룽나무 꽃
이동훈
하얀 꽃 소복이 앉은
귀룽나무 아닌가.
다닥다닥 엉긴 풍경의 비밀을
까치발로 읽는다.
나뭇가지 끝 어긋나는 잎 뒤로
날렵하게 뻗은 꽃자루는
간격을 벌려 나대지 않고
키를 올려 젠체하지 않는다.
꽃자루에 상글방글 앉은 꽃은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는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이웃의 맨얼굴이다.
외롭지 않을 만큼 붙어 서서
괴롭지 않을 만큼 떨어져서
바람 불면 슬쩍슬쩍 기대고 살자며
이웃에게 가듯
꽃잎 한 장 내려놓는
귀룽나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