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꽃을 위하여
나 종 영 詩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는 일이라는 것을
풀숲에 몸을 낮추어 피어 있는
너를 보면서야 알았다
누군가를 지극히 사랑한다는 일이
어쩌면 서로를 얽매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을
눈시울 젖은 연분홍 너를 보고서야 알았다
애써 너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넝쿨손을 뻗어 네 몸을 감고 있다
이 세상 한 몸을 던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낡은 지붕에 깔리는 노을처럼 얼마나 가슴이 저리는 일이리
이른 아침 눈을 뜨면 손나팔을 모아
푸른 공기 속에 그리움을 부르는 내 사랑이여
사랑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님에야
어찌 사랑을 아니라고 도리질을 칠 수가 있으랴
저녁 안개 피어오르는 물가에 앉아 있는
너를 보면서야 알았다
사랑이란 보이지 않는 것을 어루만지는 것이라는 것을
무엇인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그 사랑으로 하여금 상처받는 것조차 사랑하여야 하는 것임을
키 작은 풀꽃들에게 넝쿨손을 빌려주고 자신은 몸을 낮추는
너를 보고서야 비로소 알았다
사랑이 진정 사랑임에야
있는 그 자리, 내 안의 독을 풀어
스스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 본 블로그에 게시된 모든 사진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며 저작권자와의 상의없이 이용하거나 타 사이트에 게재하는 것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