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 승천 대축일만 되면 생각나는 일이 있다.
대학에서 공부할 때의 일이다.
어떤 강의 시간에 어쩌다가 우주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엉뚱하게도 교수가 예수는 우주인이라고 하면서
성서에 나오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지구를 구원하기 위해서
외계에서 온 우주인들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근거인 즉, 오늘 복음에서처럼 예수가 승천한 것은 우주선을 타고 사라진 것이고
엘리야 예언자의 승천 이야기나, 창세기 5,24에 나오는 에녹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이고
출애굽기에 나오는 모세가 팔을 올리면 이스라엘이 승리하고
팔을 내리면 싸움에 졌다는 이야기 등이 그 근거가 된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속으로 "자기가 안 믿으면 그만이지,
왜 과학자라는 사람이 과학적 근거도 없이 저런 엉뚱한 소리를 하면서
남의 종교를 우스꽝스럽게 만드나?"하면서 심히 불쾌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믿지 않는 사람들이야 무어라고 하든
우리는 우리의 구세주이신 예수께서 부활하신 지 40일 만에 승천하셨음을 굳게 믿는다.
우리는 우리의 이성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승천 사실 자체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승천하신 그분의 가르침과 그 효력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승천하시기 전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모든 사람에게 이 복음을 선포하여라".
그런데 "복음"이란 것이 과연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바로 하느님의 아들이 이간의 모습으로 태어나시고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시다가 죽으시고 사흘만에 부활하셨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 예수 사건은 인간들이 행한 업적이 아니라 하느님이 하신 놀라운 일인 것이다.
그분의 승천 또한 이러한 측면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모든 사람들을 죄와 온갖 비참함에서 해방시키시는 기쁨인 것이다.
사실 승천 주간에 사용하는 감사송에서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시키기 위하여 승천하셨다고 노래한다.
즉 그리스도의 승천으로 말미암아 그분의 우리를 위한 구원 업적이 완성되는 것이다.
한편, 오늘 제1 독서에서 들었듯이
사도들은 주님의 인간의 능력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승천이라는 놀라운 사건을 목격하면서 얼이 빠져 있었다.
그때 천사들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갈릴레아 사람들아, 왜 너희는 거기에 서서 하늘만 쳐다보고 있느냐?
너희 곁을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시던 그 모양으로
다시 오실 것이다"(사도 1,11).
천사들의 이 말은, 이해하기 어려운 승천 사실 자체만 가지고 왈가왈부하며
믿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왜, 너희는 하느님이 하시는 일에 넋이 빠져서 멍하니 있느냐?
너희 삶의 자리로 돌아가 차분한 마음으로 그분을 기다리며 말과 생활로써
복음을 전해야 되지 않겠느냐",
"예수께서 너희를 사랑하시고 떠나신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을 실천해야지
하늘만 바라보고 기도만 하는 것을 그분이 바라시겠느냐"하는 말과 같다.
이제 예수님께서 당신의 본 위치로 돌아가셨듯이,
우리도 사도들처럼 다시 삶의 자리로 돌아가, 즉 내 가정 안에서, 직장 안에서,
나를 구원해주신 하느님께 매일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삶을 살면서,
성령의 도우심에 힘입어 우리의 말과 생활로써
주님의 명령대로 온 세상에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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