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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밀과 가라지

by 大建 2008. 7. 20.

가해 연중 제16 주일(마테 13, 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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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연중 제 16주일이고, 농민주일입니다. 이 무더운 여름, 뜨거운 태양아래서, 농사일을 하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신품받고 몇 년되지 않아 저희 수도회에서 추진하고 있던 소공동체 추진 계획의 일환으로 전라남도의 어느 섬 마을에 가서 잠깐 생활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곳은 섬이었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이 농업을 주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분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농사일을 좀 도와드렸습니다. 보리 농사를 많이 하는 곳이었는데, 때는 오늘 복음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보리밭에서 “귀리”를 가려내서 뽑아 내는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그곳 농군들은 허리를 구부린 채로 귀리만 잘도 뽑아내는 데, 역시 저희들의 일은 서툴기만 하여, 허리를 펴고 결실을 보고 찾아내는데도 더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정말로 보리도 함께 뽑고는 하여 그분들을 도와드리기는커녕 폐만 끼치게 되는 민망스런 체험을 하였습니다.

옛날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는 화가가 그 유명한 “최후의 만찬을 그리려고 했던 때의 일이랍니다” 몇 년을 고생하다가, 어느 날 길에서, 너무나 곱고 착하게 생긴 청년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그 소년을 모델로 해서 예수님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배반자 유다의 초상화를 그리려고 모델을 찾는데 적합한 사람이 없어서 그림을 못 그리다가 죽기 얼마 전에 정말 추하고 악하게 생긴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그 화가는 그 사람에게 자신의 그림 모델이 되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 추하고 악하게 생긴 사람이 그 화가를 보면서 이런 말을 하더랍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를 기억하지 못하겠습니까! 저는 예전에 선생님께서 예수님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하셨던 그 청년입니다. 그런데 그만 어찌하다 보니, 이제는 가장 추하고 악하게 생긴 사람의 모델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새들처럼 날개가 없습니다. 그래서 한없이 추락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우리에게는 새들에게는 없는 희망이 있습니다. 그래서 절망 속에서도 웃을 수 있고, 넘어지면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이기심과 시기, 욕망과 질투 그리고 분노와 저주와 같은 악한 기운도 숨어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한없이 선하신 하느님의 모상도 깃들어 있습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은 우리에게 많은 위로를 주고,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의 제 1독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관용을 보여 주셔서 우리가 죄를 지으면 회개할 기회를 주십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한없는 자비와 사랑으로 회개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또한 우리는 하느님의 한없는 은총을 받았습니다. 이제 우리들 또한 우리의 이웃과 형제들에게 자비와 관용을 베풀어야겠습니다. 우리가 거저 받았으니 우리들 또한 거저 줄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우리는 흔히 다른 사람의 결점, 죄 등을 보면서 그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결점, 죄 등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닙니다. 그 사람에게도 나에게와 마찬가지로 장점이 있고 선한 측면이 있는 것입니다. 또 나도 그 사람과 마찬가지로 결점을 지니고 있고 죄도 짓고 살아갑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내가 죽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한다면 내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따라서 우리는 이중의 잣대로 다른 사람을 대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요즈음 흔히 말하는 식으로 "내가 사랑하면 로맨스요, 남이 사랑하면 스캔들이고, 내가 남에게 충고하면 창조적인 권고요, 남이 나에게 충고하면 간섭이고, 내가 침묵하면 생각이 깊은 거요, 남이 침묵하면 할 말이 없는 거고, 내가 화를 내면 소신이 뚜렷한 것이고, 남이 화를 내면 원래 그릇이 작은 것이라"고 주장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죄인인 동시에 하느님의 모상으로서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회개하여 원래 창조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인내롭게 바라고 계십니다. 가라지를 뽑겠다고 하다가 밀까지 뽑아내는 우를 범하지 않으시기 위하여 하느님께서는 인내로이 우리의 회개를 기다리고 계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아버지께서는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햇빛을 주시고, 옳은 사람에게나 옳지 못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주신다"(마테 5,45)는 말씀의 뜻입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 모두 다른 사람들만을 탓하고 비난하고 살아갈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가라지를 뽑아 내어 하느님께서 만들어 주신 그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로 노력합시다. 하느님께서 희망을 가지시고 기다리시는데, 우리가 주저하거나  절망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처럼 보다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바라보며 그도 역시 하느님의 뜻에 맞는 아름다운 존재, 하느님 닮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하기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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