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초가을 기운은 붉은 색으로 번진다.
껑충한 연초록 꽃대 끝에 왕관처럼 얹혀진 붉은 꽃술의 꽃무릇이 와르르 밀려드는 가을을 마중한다.
꽃무릇(석산)은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 풀.
꽃의 모양과 색깔이 다른 진짜 상사화처럼 꽃과 잎이 서로를 영원히 보지 못한 채 그리워하는 애달픈 운명의 꽃이라는 얘기다.
그에 얽힌 애절한 전설도 전한다.
옛날 불공을 드리러 온 여인이 스님을 연모하다 상사병으로 쓰러진 자리에 피어난 꽃이란 전설이다.
그래서 그런지 꽃무릇은 유독 절집 주변에 무리를 지어 핀다.
2009 목동수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