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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식물원

쥐똥나무

by 大建 2020.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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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가 쥐똥처럼 까맣고 작게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쥐똥나무는 어디에서도 잘 견디는 생명력이 강한 나무이므로 울타리로 많이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이며 하얀색으로 피는 꽃은 돋보이지는 않지만 의외로 향기롭고 아름다워
관상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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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똥나무꽃에 대한 변명

                                                  류 인서

 

쥐똥나무의 꽃은 쥐똥처럼 생기지 않았다

 

지난해의 새까만 쥐똥열매 그늘에서

싸라기보다 더 자잘한 이 흰 꽃들이 핀다고 믿는 당신은

열매가 바로 꽃의 원전이라 말하고 싶겠지만, 아니

꽃과 열매란 서로에게 원전 같은 것이거나

네거필름 같은 거라 말하고 싶겠지만

꽃은 꽃으로서 이미 열매다, 꽃으로서

하나의 완성된 몸, 완결된 별개의 서사다

종 모양의 앙증스런 꽃잎과 꽃받침

더듬이처럼 돋은 수술 따위로

꽃 속에 함몰된 열매의 예감을 말하지 마라

이 꽃떨기가 지닌 뿌윰한 반 그늘과 고즈넉한 향기는 단순히

세상을 향한 정직한 인사일 뿐

다가올 무엇의 근거가 아니다

당신의 쮜똥나무꽃이던 나도

꽃으로 완결된 절망 꽃으로 완성된 죽음이던 때가 있었을 것

닫히지 않은 꽃자리에

어떤 열매가 와서 익을지에 대해선 참견할 수 없는 일

 

쥐똥나무꽃은 꿈에도 쥐똥나무의 열매가 아니다

 

                 -류인서 시집 "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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