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기도의 효과

by 大建 2011. 11. 12.
연중 제32 주간 토요일(루까 18,1-8)

1. 상담의 원칙 중에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내담자의 말을 끈기있게 들어주라는 것이다. 상담자의 역할은 말을 많이 해주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다. 인내로이 감정이입의 상태로 내담자의 말을 들으면서 가끔 이야기를 정리해주고,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게 도움말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상담을 할 경우 대개는 내담자가 긴 시간 이야기를 한 끝에 스스로 해결책, 또는 문제점을 깨닫게 된다.
기도도 마찬가지다. 하느님께서는 대개 들어주시는 편이다.  내가 긴 시간 그분과 대화를 할 때 그분은 묵묵히 듣고 계시다가 가끔 섬광과 같은 지혜를 주시고 나는 그 안에서 답을 얻게 된다.  그분께서 구구절절 해결책을 제시하시는 것이 아니다.

2. 벌써 오래 전의 이야기지만 수도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떠나기로 마음을 굳히던 때의 일이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그때처럼, 간절히 그리고 꾸준히 기도하던 때가 없었던 것 같다.
꼴보기 싫은 사람들을 피해서 기도방을 자주 찾았고, 또 퇴회만이 해결책인지 절실히 답을 구하며 기도하는 시간을 자주 가지게 되었다.
기도를 하면 할수록 나는 떠나려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으려고 도움을 청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기도하는 시간이 없이 내 뜻대로 저질러버렸다면 지금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기도 안에서 하느님께서 지혜를 주신 것이고 좋은 방향으로 이끄신 것이다.

3. 그 당시 처음에는 "내가 이토록 열심히 당신을 위해서 산다고 노력했는데, 왜 이리 시련을 주시고 수도생활에 실망하여 떠나게 만드시는가!" 하며 기고만장한 자세로 하느님께 따지는 자세로 기도를 하였다. 그러나 기도하는 시간이 반복될수록, 그러한 자세는 꺽이고 내가 열심히 살지 못했음을 깨닫게 되었으며, 남의 탓으로만 돌리던 문제들이 내 탓, 내 삶 안에서의 상처에 기인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나 자신을 솔직하게 들여다 보게 된 것이다.
꾸준히, 인내롭게 하는 기도는 이렇게 우리를 진실해지도록 만든다. 그리고 자신의 죄와 부족함을 인정하게 되니 참다운 겸손을 배우게 한다. 참으로 선하신 분은 나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이심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분의 참된 종, 그분의 참된 자녀로서 다시 태어나게 만든다.

4.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고 하신다. 낙심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요, 불신앙의 표시다. 그리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 복음에서의 과부처럼 귀찮을 정도로 끊임없이 재판관이신 하느님께 다가갈 때, 우리는 기도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의 참된 모습을 들여다 보게 되며, 보다 진실한 사람, 겸손한 사람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믿음 희망 사랑 > 강론,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2) 2011.11.25
내 이름 때문에  (2) 2011.11.23
하느님 나라는 어디에?  (2) 2011.11.10
감시와 관심  (4) 2011.10.14
부러운 "엄친아"?  (2) 2011.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