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사랑한다면 깨어 기다려야

by 大建 2024. 10. 22.

연중 제29 주간 화요일(루카 12,35-38)


간혹 결혼한 자매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남편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다 지치거나 때로는 잠이 들어버리는 경우가 있음을 알게 된다.

물론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부부일 경우이다. 결혼한지 오래된 부부일수록 남편이 들어오거나 말거나 먼저 밥먹고 먼저 잠자리에 드는 아내가 많은 것 같다. 왜 그럴까? 남편을 믿기 때문인 경우도 있겠지만, 기다리기를 포기한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신혼 때의 알콩달콩한 사랑이 그만큼 식어서이기 때문은 아닐까? 하루 종일 떨어져 살다가 밤 늦게 다시 얼굴을 맞대고 살가운 정을 나누며 식사를 하고 함께 잠자리에 드는 그 맛에 식상한 것은 아닐까?

나이가 들어도 멀리 길떠난 할아버지, 혹은 할머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금슬좋은 노인들의 이야기를 가끔 휴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보면 저 부부의 일생은 참으로 행복했겠구나 하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또 부모 자식 간에서도 애틋하게 기다리는 모습은 참 사랑이 무엇이지를 알게 해준다.

 

그렇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 해주시는 이야기는 서로 사랑하는 주인과 종에 대한 말씀이다. 참으로 주인을 사랑하는 종은 단지 "종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 바로 그것 때문에 주인을 기다린다. 주인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주인이 자신이 준비한 음식으로 허기를 풀고 편안하게 잠자리에 드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이 참된 종의 사랑이다. 주인을 위해서, 혹은 군주를 위해서 목숨을 내어놓는 하인이나 신하가 오직 자신의 신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리 하겠는가! 주인, 주군을 흠숭하고 존경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목숨 까지도 내어놓는 것이 아니겠는가!

주인 역시 종을 사랑하기에 잠들지 않고 기다려 준 종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하여,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이 보다 더 큰 사랑이 어디 있으랴!

 

오시는 그분을 깨어서 맞이하는가 아닌가는 사랑의 문제이다. 우리가 그분을 사랑하는 그만큼 더 졸음과 유혹을 물리치고 깨어있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사랑이신 우리의 주님께서는 그러한 우리를 보고 당신 스스로 우리 종이 되시는 겸손함으로 우리를 맞아주시고 우리에게 넘치는 사랑을 베푸실 것이다. 제자들을 사랑하시기에  최후의 만찬 때에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주님께서, 다시 한번 겸손되이 우리의 시중을 드는 영광을 베풀어주실 것이다.

                                                                                                                                             (45G)

* 본 블로그에 게시된 모든 사진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며 저작권자와의 상의없이 이용하거나 타 사이트에 게재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믿음 희망 사랑 > 강론,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수 성심 대축일  (0) 2024.06.06
가족의 의미  (0) 2022.11.21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  (0) 2022.10.27
마술같은 인생  (0) 2022.04.30
모든 것을 뚜렷이 보게  (0) 2022.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