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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사랑의 대화

by 大建 2014. 3. 11.

사순 제1 주간 화요일(마테 6,7-15)


사랑하는 젊은 연인들은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그저 함께 있으면 좋고, 상대방이 원하기도 전이 이미 그 무엇인가를 해준다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랑이신 하느님께서는 사랑 때문에 우리를 창조하신 분이시기에 또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이시기에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마테 6,8).

이러한 분 앞에서 무슨 긴 말이 필요하겠는가...

바로 이러한 이유로 예수께서는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 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하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이미 우리를 충분히 사랑하시는 하느님께 우리가 잔뜩 청원만 늘어놓고 있다면 우리는 그분을 올바로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는 "기도의 본질적 요소는 많이 생각하는 데에 있지 않고,
많이 사랑하는 데 있다. 기도란 사랑의 행위 외에 다른 아무 것도 아니다"고 하였다.
기도가 진정 그러한 것이라면 우리는 하느님을 더 많이 사랑함으로써 하느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분의 뜻을 잘 살아가야 한다.

기도를 하는 그만큼 삶을 변화 시키려는 다짐을 하고 또 그것을 실천하려는 자세가 없이,  내가 기도를 많이 하면 하느님께서는 꼭 들어주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도는 사랑으로 가득 차 있을수록 그만큼 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같은 이유에서 "주님의 기도 풀이"라는 글에서 바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하는 귀절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신다.

"주여, 당신을 항상 생각함으로써 마음을 다하여 당신을 사랑하게 하소서.
 당신을 항상 갈망함으로써 목숨을 다하여 당신을 사랑하게 하소서.
 우리의 모든 지향을 당신께 두고 매사에 당신의 영예를 찾음으로써 생각을 다하여 당신을 사랑하게 하소서.
 우리의 모든 힘과 영육의 감각을 다른 데에 허비하지 않고 당신 사랑의 봉사를 위해서만 바침으로써
 힘을 다하여 당신을 사랑하게 하소서.
 그리고 모든 이가 당신을 사랑하도록
 우리의 힘이 닿는 대로 그들을 이끌고
 다른 이들의 선을 마치 우리 것인 양 즐거워하며,
 불행 중에 있는 이들을 동정하고,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음으로써
 우리 몸과 같이 우리 이웃을 사랑하게 하소서."

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은 없이 무조건 청하기만 하는 못된 자녀, 못된 신자가 되기 보다는, 하느님을 보다 더 사랑함으로서 그분이 그렇게 하시듯이, 나 또한 그분의 뜻을 먼저 알아차리고 그분의 뜻을 이루어 드리는(물론 그러한 일이 일어날 수는 없겠지만...) 그런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자녀"가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4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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