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도원 입회 후 어머니는 신부전증으로 수술을 받으셨다.
그러나 그것은 미봉책이었다. 괜찮은 듯이 사신 것은 불과 4-5년...
그후로 계속 당뇨와 통풍으로 고생을 하셨다.
특히 통풍으로 점점 걷지를 못하시더니 결국에는 누워서 지내는 신세가 되셨다.
그러다가 어머니는 1998년 당뇨의 합병증으로 마지막 3일을 혼수상태에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동생 내외는 출근을 하고 아버찌께서 잠간 방을 비우신 사이
혼수상태에 계셨기에 유언 한 마디 남기지도 못하시고,
홀로 돌아가셨다.
나는 전 날에 혼수상태가 오래갈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도원에 귀원을 하였기에
아무도 그분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뵙고 귀원하는 길에
차라리 혼수상태가 길어져서 다른 가족 고생시키시느니
빨리 임종하시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혼자 하였다.
그것이 본인에게도 오랜 고통의 끝에서 편하게 해방되는 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서로 이야기는 안 했지만 아마도 가족들 모두가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나의 이런 못된 생각 때문인지 그리도 무심히 아무도 안 보는 사이 홀로 하느님 나라로 떠나가신 것이었다.
사실 오랫 동안 죽음을 준비하셨을 것이다.
자비하신 하느님의 품 안에서 이제는 정말로 고통이 없는 영원한 안식을 누리실 것이라고 믿는다.
죽음이 없이는 부활도 있을 수 없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라자로가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도 가시지 않는다.
결국 라자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가신다.
그리고 슬피 우신다.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라자로가 살아 있을 때 방문을 하셨더라면
그가 죽은 후에 눈물을 흘리지는 않으실 수도 있었을 터인데...
그러나 그분께서는 어쩔 수 없이 기다리셨다.
그를 죽음으로부터 소생시키시기 위해서는 죽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셨던 것이다.
그렇다. 죽음이 없이는 소생도, 부활도 없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십자가 위에서 단말마의 고통 끝에 돌아가신 당신 아들의 죽음을
왜 아파하시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예수의 부활을 통하여 완고한 인간의 마음을 돌이킬 구원의 역사를 완성하시기 위해서는
기다리실 수 밖에 없었다.
그 순간 그분도 무능해지실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예수께서 속으로 울음을 삼키시며 라자로의 죽을을 기다실 때처럼...
사순절이다. 회개의 계절이다.
회개란 "옛 내"가 죽고 그리스도 안에 살아가는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것이다.
죽자. 죽자. 죽지 않으면 하느님께서 우리를 부활시키실 수 없다!
이제는 죽음으로써 육신의 온갖 고통에서 해방된 저의 모친을 영원의 나라로 부활시키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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