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6 주간 목요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신다.
베드로가 순간적인 영감으로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지만
다른 제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것 같다.
스승 예수님과 함께 몇년 동안 동고동락을 하고 있지만
아직 그분의 정체성을 확실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스승의 수난의 현장에서 모두 도망을 갈 수 밖에...
그런데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너희는 누구냐?" 라는 질문을 던지셨다면 대답을 하였을까?
아마도 대부분이 대답을 못하였을 것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자신과 상대방의 상황에 대하여 잘 알고 있으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없다는 뜻이다[footnote][/footnote].
우리가 주님과 싸울 것은 아니지만, 주님에 대해서 알고 나 자신에 대해서 안 다면
그분과의 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주님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할 뿐더러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과연 "나"는 누구인가?
창조주 하느님에 의해서 그분의 모상(Imago Dei)으로 창조된 지극히 아름답고도 고귀한 존재,
그분에 의해서 사랑받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죄에 의해 영혼이 물들어 지극히 추한 존재의 양면성을 지니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이러한 나 자신의 모습을 분명히 인식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하느님과의 관계 회복에 신경쓰며 살지 않을 수 없고
당신의 거룩한 피로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 주님으로 모시지 않을 수 없으며
일상의 삶 안에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하면서 내 뜻이 아닌 하느님의 뜻을 추구하며 살게 될 것이다.
내가 나 자신을 모르기에, 나는 주님도 모르는 것이다.
나 자신을 알면 알수록, 나는 나의 창조주이시요 구세주이신 그분께로 나아가려 힘쓰게 될 것이다.
즉 지피지기하게 될 것이다.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꼬를 따라,
매일 "하느님, 당신은 저에게 누구이시며, 저는 당신에게 무엇입니까"하는 질문을 드리며 살도록 하자.
(97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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