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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8

사랑한다면 깨어 기다려야 연중 제29 주간 화요일(루카 12,35-38)간혹 결혼한 자매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남편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다 지치거나 때로는 잠이 들어버리는 경우가 있음을 알게 된다. 물론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부부일 경우이다. 결혼한지 오래된 부부일수록 남편이 들어오거나 말거나 먼저 밥먹고 먼저 잠자리에 드는 아내가 많은 것 같다. 왜 그럴까? 남편을 믿기 때문인 경우도 있겠지만, 기다리기를 포기한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신혼 때의 알콩달콩한 사랑이 그만큼 식어서이기 때문은 아닐까? 하루 종일 떨어져 살다가 밤 늦게 다시 얼굴을 맞대고 살가운 정을 나누며 식사를 하고 함께 잠자리에 드는 그 맛에 식상한 것은 아닐까?나이가 들어도 멀리 길떠난 할아버지, 혹은 할머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잠자리에 들지 못.. 2024. 10. 22.
인위(人爲)와 무위(無爲) 사순 제4 주간 금요일(요한 7,1-2. 10. 25-30)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조금 이상한 행보를 하신다. "유다인들이 당신을 죽이려고 하였으므로, 유다에서는 돌아다니기를 원하지 않으셨던 것이다"(1). "형제들이 축제를 지내러 올라가고 난 뒤에 예수님께서도 올라가셨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게 남몰래 올라가셨다"(10).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기 위해 오신 분이 "남몰래 돌아다니셨다"는 것이다. 체포와 죽음이 두려우셨던 것일까? 복음서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그것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무엇인가 기다리신 것 같다. 무엇을 기다리셨을까?결정적인 때를 기다리신 것이다.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 그 "때"가 이르기 전에 섣부르게 행동하면 모든 것을-아버지의 뜻을- 그르칠 수가 있었다.  우리는 좋은 일.. 2015. 3. 20.
겨울: 죽음의 계절 낭만은 없다. 저 눈이 얼어붙었다가 다시 녹고 한참 후 따뜻한 체온으로 그 흔적이 없어지게 될 때까지는... 혹독한 겨울이다. 산 사람들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심장이 얼어붙은 사람들은 움직일 수가 없다. 그저 스러질 뿐이다. 살을 에는 추위에 짖이겨진 입으로 겨우 내어뱉는 소리가 아득히 퍼진다. 살고싶다고 울부짖는 소리가 눈속에서 조용히 녹아들어간다. 살얼음 밑으로 봄의 소리가 들릴 때까지... 2012. 12. 28.
대림절을 시작하며 다해 대림 제1 주일(루까 21,25-28. 34-36) ---------------------------------------- 대림절은 성탄절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기간이 아니라, 그 성탄절의 주인공, 즉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리는 기간이다. 그런데 이 그리스도의 오심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먼저, 유다인들이 하느님의 아들 메시아가 이 땅에 오시기를 수천년 동안 학수고대하며 기다렸듯이 메시아 즉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벌써 이 천년 전에 탄생하셨는데 또 다른 그리스도를 기다린다는 것인가? 아니다. 성탄절을 맞이하면서 우리 마음속에서 그리스도가 다시 태어나실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그런 뜻이다. 사실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내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 2012. 12. 2.
빨래 집게 걸려 있는 빨래 집게들을 보면서 "대림시기를 보내는 우리의 자세도 저래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주님께서 쓰실 때까지 저러한 상태로 기다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주변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형제들끼리 오순도순 모여서 부르심을 깨어 기다리는 자세로 살아간다면 언제 그분이 오시든지 기쁘게 우리를 잡아주실 것이고 당신이 필요한 곳곳에 우리를 사용하실 것이다. 대림절을 맞아 살아가는 우리의 신앙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해보도록 하자! 2011. 12. 3.
상사화 2009 상사화 아직 한 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를 기다려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 어긋나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 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 오랜 세월 침묵속에서 나는 당신께 말하는 법을 배웠고 어둠속에서 위로 없이도 신뢰하는 법을 익혀왔습니다 죽어서라도 꼭 당신을 만나야지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 오늘은 어제보다 더욱 믿으니까요 - 이해인 2011 2011.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