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식물원

접시꽃 2

by 大建 2019. 7. 7.

도종환 시인이 암으로 떠나가는  아내에게 바치는 애절한 사연을 담고 세상에 알려진 후 

더욱 많은 사랑을 받는 꽃이다.





접시꽃 당신


                                  -  도종환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 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 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덩을 덮은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 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 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접시꽃


당신은 벌레 한 마리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 왔습니다.




* 본 블로그에 게시된 모든 사진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며 저작권자와의 상의없이 이용하거나 타 사이트에 게재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사진 > 식물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홑왕원추리  (0) 2019.07.08
각시원추리  (0) 2019.07.08
수련 2  (0) 2019.07.05
능소화  (0) 2019.07.04
범부채  (0) 2019.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