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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식물원

메꽃

by 大建 2019. 8. 8.




메꽃을 위하여


                          나   종   영 詩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는 일이라는 것을

풀숲에 몸을 낮추어 피어 있는

너를 보면서야 알았다


누군가를 지극히 사랑한다는 일이

어쩌면 서로를 얽매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을

눈시울 젖은 연분홍 너를 보고서야 알았다

애써 너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넝쿨손을 뻗어 네 몸을 감고 있다

이 세상 한 몸을 던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낡은 지붕에 깔리는 노을처럼 얼마나 가슴이 저리는 일이리


이른 아침 눈을 뜨면 손나팔을 모아

푸른 공기 속에 그리움을 부르는 내 사랑이여

사랑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님에야

어찌 사랑을 아니라고 도리질을 칠 수가 있으랴

저녁 안개 피어오르는 물가에 앉아 있는

너를 보면서야 알았다

사랑이란 보이지 않는 것을 어루만지는 것이라는 것을


무엇인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그 사랑으로 하여금 상처받는 것조차 사랑하여야 하는 것임을

키 작은 풀꽃들에게 넝쿨손을 빌려주고 자신은 몸을 낮추는

너를 보고서야 비로소 알았다

사랑이 진정 사랑임에야

있는 그 자리, 내 안의 독을 풀어

스스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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