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에 일이 있어 가다가
산간도 아닌 화순 어느 들녘에서 이 광경이 눈에 확 들어왔다.
얼른 차를 세우고 거리가 멀었기에 망원렌즈로 찍었다.
오래 전부터 이런 사진을 찍고 싶었다.
사라져 가는 풍경이다.
지금은 경운기가 일반화되어 보기 힘들지만
예전에는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었던가.
사진을 찍으면서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저 농부는 경운기가 없어서 소를 몰아 밭갈이를 하는 것일까?
경운기가 있어도 기름 값이 비싸니 절약하고자 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고,
혹은 어르신이 경운기 다루는 것이 어려운 까닭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를 몰아 밭을 가는 모습이 그리 수월해 보이지는 않는다.
소가 말을 안 듣는지 자꾸 채근하기도 하고,
가다가 큰 돌이 있는지 소를 세우고 땅을 골라내기도 한다.
같이 가던 일행이 한 마디 한다.
"겨우내 편하게 지내던 소는 봄에 처음 일을 시키면 잘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동물이지만 때리면서 억지로 시킬 수는 없는 일...
농부는 마음을 달래며 차근차근 소를 몰아간다.
젊은이들이 다 빠져나간 농촌에서
나이든 농부가 힘겹게 소를 몰고 밭갈이를 하는 모습을 찍으면서
편한 것만을 찾는 이 시대, 특 히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