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이웃을 "내 몸"처럼?

by 大建 2009. 3. 20.


사순 제3 주간 금요일(마르 12,28-34)
=================================


오늘 복음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온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고, 또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하신다.
앞의 계명은 이해가 되는데, 뒷 부분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은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씀이 아닌가!
언제는 자기 자신를 죽여야 한다고 가르치시고 오늘은 또 제 몸을 사랑하라 하시니
변덕이 죽끓 듯 하는 양반이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서 어떻게 이웃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만일 주님의 말씀을 이렇게 이해한다면, 크게 오해하는 것이다.
또 사랑의 의미에 대해서도 올바로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하느님께로 열려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좋은 점에 대해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자신의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겸손되이 인정하고 하느님께서 채워주시고 고쳐 주시기를 청하며
스스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참된 의미의 자기 사랑이다.

그러나 좋은 점에 대해서는 애써 드러낼려고 하지만
부족한 점은 감추려고 하는 것이 우리 대부분의 모습이다.
이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 실존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고 따라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성서 안에서 "몸"이라는 단어가
흔히 인간의 총체적 실체를 표현하는 말로써 사용되고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네 이웃을 네몸 같이 사랑하라" 하심으로써
이웃에 대해서도 그렇게 이웃의 좋은 점에 대해서는 더불어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며,
이웃의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자신의 부족함을 하느님께서 용납하시고 인내하시는 것 처럼
이웃을 하느님 앞에 용납된 존재로 인정하라는 말씀인 것이다.

또한 여기서 말씀하시는 자기 사랑은 자기 부정의 적극적 표현인 것이다.
하느님 보시기에 "좋지" 않은 나의 모습, 특별히, 이기심으로 채워진 나의 모습을 버리고
그분의 사랑받는 모상의 모습을 되찾아 감을 뜻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회개이다.

참으로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이웃 형제, 자매들을 사랑할 수 없음을 명심하도록 일깨우는
그리스도의 지혜에 감사드리면서 그 지혜의 말씀을 실천하기로 하자.

                                                                                                                          (97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