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1 주간 화요일
젊었을 때 연애하던 시절(물~론 수도원 들어오기 이전이다 ^^)
사귀고 있는 여인을 생각하면
혼자 있을 때에도 좋아서 히죽히죽 웃음이 나오곤 하였다.
그렇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함께 있지 않아도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행복해지는 것이 사랑이다.
그런데 함께 있다면 어떨까? 당연히 행복하지 않겠는가!
구태여 말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대화가 없어도 서로 바라만 보고 있으면 좋은 것이 또 사랑이 아니겠는가!
대화를 나누더라도 서로를 위해주는 말을 주로 하며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 말을 골라서 하게 된다.
상대방이 원하기도 전에 그가 원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을 구하려고 애쓰고 결국은 선물을 하게 된다.
내가 필요한 것이 있는데도 상대방이 구해줄 생각이 없다면(능력이 없는 경우는 예외로 하고...)
나를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우리를 사랑하신다.
사랑 때문에 우리를 창조하신 분이시기에 또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이시기에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마테 6,8).
이러한 분 앞에서 무슨 긴 말이 필요하겠는가...
바로 이러한 이유로 예수께서는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 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하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이미 우리를 충분히 사랑하시는 하느님께 우리가 잔뜩 청원만 늘어놓고 있다면
우리는 그분을 올바로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기도는 사랑의 대화이어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랑 안에서 전해지는 하느님의 "무언(無言)의 말씀"을 듣고
행복해 할 줄 알아야 하며,
그분께 찬미와 감사의 말씀을 드림으로써 그분을 기쁘게 해드려야지
이미 알고 계시는 것을 자꾸 말씀 드림으로 해서
그분을 귀찮게 해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그저 그분과 함께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그분과 함께 있음이, 그분을 바라보고 있음이 좋지 아니한가...!
(96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