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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식물원

담쟁이

by 大建 2009. 9. 17.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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