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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풍경,정물

국립서울현충원

by 大建 2010. 5. 2.
지난 달 하순 동작동에 있는 현충원에 다녀 왔습니다.
서울에 온 김에 친구에게 인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서울 현충원 한 쪽 구석에는  나의 친구 고 최규덕 라우렌시오 소령이 잠들어 있습니다.

서울에 있던 공군 모 부대에서 근무하던 지난 1982년 5월 31일,
반가운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중학교 동창으로 연락이 끊어진 상태였는데,
최규덕 대위(당시)는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있는 부대로 전화를 한 것이었습니다.

항공대학교를 졸업하고 R.O.T.C.로 장교 임관을 하여
수송기 조종사로 복무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대학 재학 때에는 가톨릭학생회장을 하는 등 신앙 생활도 적극적인 모양이었습니다.
우연히 동창인 내가 공군 장교로 복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수소문하여 전화를 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반갑게 그간의 소식을 서로 이야기 하고는,
시간될 때 내가 근무하는 부대로 한 번 찾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다음 날(6월 1일) 아침 성남 기지에서 수송기 한 대가 추락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어

해당 기지에 전화를 하여 확인하여 보니 역시 그 친구였습니다.

그렇게 한 번 만나자는 약속만을 남긴 채 친구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가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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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부대가 아니라 천국에서 반갑게 만나기만을 희망해야 하겠지요...

왜 하필 그 전 날 전화를 해서 자신의 존재를, 그리고 머나먼 본향으로 떠나게 됨을 알리려 한 것인지
나중에 천국에서 만나면 꼭 한 번 묻고 싶습니다...

글을 쓰면서 당시의 사건을 검색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 사고는 당시의 전두환 도당의 무리한 경호 임무로 인한 작전 중에 난 재앙이엇으며
또 사고의 실체를 은폐한 사악함이 묻혀져 있었습니다.
(관련 글 :  http://blog.daum.net/kdkyunm/8032699)

군은 언제나 사고가 나면 실체를 감추려고만 하는 행태를 그칠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아무튼 이제는 하늘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친구에게 꽃 한 송이 바치고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를 한 다음 묘소를 떠나왔습니다.

나오다 보니 현충원 경내 여기저기에 벚꽃이 만개했더군요.
그래서 현충원은 조문객들이 아닌 상춘객들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이러니를 느끼며
그곳의 모든 영령들이 우리와 함께 봄의 화사한 평화를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진 몇 장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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