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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

대림절에 체험하는 성주간

by 大建 2012. 12. 10.

성주간에 "그리스도의 희생, 수난"과 맞물려 함께 묵상하게 되는 주제 중의 하나는 "제자들의 배반"이라는 것을 가톨릭 신자라면 대부분이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지난 주일 이후 계속 그 주제를 떠올리며 묵상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몸소 뽑으시고 3년여 동안 함께 하였던 제자들에 의해서 배반당하셨던 것처럼 나 역시 본당신자들 중 한 사람에 의해 블법행위를 하였다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당하였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러하다.

지난 9일은 대림 제2주일인 동시에 한국교회에서 정한 인권주일이며, 또한 사회교리주간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나는 이날 미사 강론에서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1975년 발행한 문헌 "교회와 인권" 및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사목헌장" 제73항과, 76항을 인용하여 교회가 말하는 인권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강조하였다. 그리고 강론 말미에 요즈음 외국 언론들이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는 시각, 특히 후보들의 면면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그중에서도 박근혜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독재자의 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음을 전하면서(http://adoro.tistory.com/2104 참조), 인권이 존중되는 국가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지향하는 하느님 나라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투표를 잘해야 한다고 결론을 짓고 마무리하였다.

그런데 오후에 중구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라는 사람들 3명이 갑자기 들이닥쳤다. 오전에 내가 강론 중에 선거 운동을 하였다는 신고가 전화로 접수되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느 후보를 찍으라고 하거나 또는 찍지 말라고 하는 등의 선거 운동을 하지 않았으며, "독자재의 딸"이라는 표현은 내가 자의적으로 사용하는 말이 아니라, 우리 나라의 어용 언론을 제외한 전세계의 모든 언론들이 적시하는 엄연한 사실(Fact)이므로 내게는 잘못이 없음을 이야기하였고, 결국 방문자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직위를 이용하여 선거 운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만을 원칙적인 입장에서 남긴 채 떠나갔다.

그 시간 이후로 계속 "유다와 다른 제자들에 의해 배반당하신 예수의 심정이 이러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떠오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제자들과 당신을 십자가에 못은 이들을 용서하시는 자비로운 목자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다. 특히 십자가 위에서 하신 기도,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가 23,34) 하신 말씀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그렇다!  제자들이 무지해서 자기들의 스승을 배반하였듯이 본당신부가 강론 중에 하느님 나라 건설의 방법을 이야기 한 것을 선거 운동이라고 여기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것도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제가 강론한 내용을 사회 법정에 고발하는 저 무지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나를 신고한 형제(혹은 자매)를 용서할 수 있다. 설사 악의적인 법 집행으로 내가 감옥에 가고 전과자가 되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나는 그를 원망하거나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말했고 "적극적이고 충실한 투표로 공동선 실현에 동참해야 한다"는 교회의 가르침(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588 참조)을 전한 것이기에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다.

대림절에  성주간 묵상 주제인 배반당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묵상하게 해주신 하느님께 진정으로 감사드린다. 나를 사제로 불러주시고 당신의 진리와 정의를 선포하게 해주신 은총에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저 무지한 이들에게 명오를 열어주시어 참된 빛을 바라볼 수 있도록 기도하게끔 인도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모든 것이 은총이다! 모든 것을 통하여 하느님께 감사드릴 수 있다!  아무리 이 세상에 악의 세력이 판친다 하여도 하느님의 사랑은 어떻게든지 드러나며,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우리 가운데 와 있다! 세상의 모든 악인들과 무지한 이들은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깝다는 진리를 깨우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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