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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새 하늘 새 땅

“평안하냐?”(마테 28,9)

by 大建 2013. 12. 23.

“평안하냐?”(마테 28,9)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두 여인에게 나타나시어 “평안하냐?”하고 물으십니다.
이 인사말이 요즈음 우리 사회 안에 크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바로 “안녕하십니까?”라는 질문입니다. 우리 모두가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고, 안위를 묻는 인사의 말이 새삼스럽게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며칠 전 (청년으로 생각되는) 본당의 어느 신자가 “안녕하십니까” 라는 대자보를 교육관내에 부착하였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어떤 신자가 이 글을 붙인 당사자에게 한 마디 논의나 반론 제기도 없이 그 대자보를 찢어서 휴지통에 버리는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이러한 사태를 보고 저를 포함하여 적지 않은 이들이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즉 안녕하지 못함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것은 일종의 폭력이며, 서로를 불편케 하는 “불통”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 안에서 "안녕하십니까?" 하는 대자보가 유행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이 사회가 소통이 불가능한 현실이 되어버렸고, 소통의 장이 되어야할 언론은 모두 어용으로서 정권의 나팔수 노릇밖에는 하지 못하는 불행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들이 우리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이 왜 그렇게 참아내지 못할 일입니까? 다른 이들이 진실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의무가 아니겠습니까?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자 하는 자세가 오늘날의 우리 현실을 이렇게 만들어 가고 있지 않는가요? 불편과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서로 소통하며 진실을 알고 듣고, 말하려는 자세, 그렇게 대화로써 서로를 성숙시켜 나가려는 자세가 부족한 것이 오늘날의 우리 사회를, 더 나아가 우리 교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한 8,32) 하신 주님의 가르침에 따라, 그리고 “거짓 증언을 해서는 아니된다”는 계명에 따라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의 양심 안에서 일깨워주시는 대로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표명할 권리가 있으며, 또 각자는 그것을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입니다.

따라서 목동 본당 공동체의 사목을 책임지고 있는 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누구나 자유롭게 현 사회, 경제, 문화, 정치 모든 분야에 걸쳐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공용 게시판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은 신앙인들간에 불화를 키우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서로 보다 잘 이해하고 건전한 토론 문화를 진작시켜나가기 위함임을 헤아려서 다음의 몇 가지 사항을 유념하여 이용하여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1. 목동 본당에 교적을 두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만 허용되는 공간입니다. 그렇지 않은 분의 사용을 금하며, 따라서 이 게시판을 사용하실 분은 가급적 실명을 사용하실 것을 권합니다.

2. 인신공격, 비속어 사용 등의 행위가 있을 경우 관리자의 권한으로 통보없이 제거하겠습니다. 성숙한 토론과 소통의 문화를 일궈 나갈 수 있도록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3. 게시판이 협소한 관계로 전지를 이용한 소위 대자보의 형태보다는 A3 용지 정도를 사용하시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일정 기간 게시하여 자신이 전하고자하는 뜻이 충분히 전해졌다고 생각되면 자진해서 제거하는 미덕을 발휘하시어, 다른 사람들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기 바랍니다.

4. 이 게시판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었고, 더 이상 필요없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철거할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두 여인에게 나타나시어 “평안하냐?” 하고 물으신 다음, 곧 바로 “두려워하지 마라”(마테 28,10)하고 말씀하시며 그들을 안심시키십니다.

그렇습니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면 우리는 그 무엇도 두려워함이 없이 서로 소통하며,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그렇게 함으로써 서로 형제적 사랑을 키워갈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작은 아기의 모습으로, 그리고 보잘 것 없는 형제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 오시는 임마누엘 주님을 겸손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도록 서로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함께 기쁨의 성탄을 준비합시다!






2013. 12. 22.

목동본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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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식은 "가톨릭뉴스지금여기"와 한겨레신문, 그리고 가톨릭신문에서 보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