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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이웃하고 있는 수녀원 축대 쪽으로 난 길을 오다 보니 딱새 암컷 한 마리가 입에다 먹이를 물고 왔다 갔다 하면서 어찌할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근처에 둥지를 틀은 모양이다" 하고 모른 척 하고 지나쳐서 들어가서 망원렌즈를 물린 카메라를 들고 나오니 역시 똑같이 이리 저리 옮겨 다니며 내 시선을 끌려는 듯한 행동을 하였다.
덕분에 사진 몇 장 찍고 돌아섰는데,
며칠 후 같은 길을 오다 보니 많이 자란 새끼 한만리가 축대 밑으로 떨어져 죽어있었다.
근래에 수도원 큰 나무 사이로 황조롱이 비슷한 놈들이 둥지를 튼 것 같은데, 그놈들 짓인지, 아니면 들고양이 짓인지...
아무튼 어미도 안보이고 새끼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이 무척이나 슬픈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