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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내 삶이라는 짐의 무게

by 大建 2008. 7. 17.

연중 제15 주간 목요일   (마테 11,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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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멈칫 하면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도원 방에 선풍기를 켜놓고 있지만 그리 시원치 않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그리워해 보기도 한다.

이런 무더운날 육체 노동을 하는 이들은 얼마나 더울까? 얼마나 짜증이 날까?
더군다나 무거운 짐을 나르는 일이라면... 
여기에 생각이 이르자 행복에 겨워 불평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마냥 부끄러워진다.

그런데, 그러한 이들이 매일을 그렇게 힘들어 하며 살아갈까?
매일 짜증, 불평 속에서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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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삶, 일을 받아들인다면,
그리고 사실 매일의 삶이 되어 있다면,
그리고 그러한 일이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한 것임을 생각한다면,
매일 그렇게 힘겨워하거나,
매일 짜증 속에서 살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기쁘게 일하는 노동자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사실 인간은 누구나 인생이라는 고해 안에서 자신의 삶의 무게를 버거워 한다.
각자가 지고 가는 짐이
남들의 것보다 훨씬 무거운 것 같아
짜증, 불평 속에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짐이 자신의 행복,
생명-생존이 아닌 참 생명, 영원한 생명-을 위한 것임을 인정한다면,
또한 자신 뿐만이 아니라,
내 가족, 내 이웃, 내 공동체의
공동 행복을 위한 것임을 생각하다면,
그리고 그러한 힘에 버거운 짐을 매일 지고 가는 수련을 한다면,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인생의 짐을 지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예수께서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고 하시는 말씀은 바로 이러한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단순히 삶의 고통을 덜어주시겠다는 말씀이 아니라,
아버지 안에서의 참 생명,
그리고 이웃의 행복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매일 매일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신 당신의 삶과 죽음을
본받으라는 말씀일 것이다.

그렇다. 십자가의 무게가 아무리 버겁다 하여도 우리 삶 안에서 일상적인 것이 된다면,
그리고 그 십자가의 목적과 효과를 분명히 인식한다면,
어느새 우리 삶 안에서 십자가는 짐이 아닌 짐이 되어버릴 것이며,
더욱 기쁘게 지고갈 수 있는 짐이 될 것이다.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 또한 그렇게 살아갔다.
다미아노의 십자가로부터 그리스도를 체험한 이후 매일 십자가를 마음에 품고 살아갔다고 한다.
"주님의 뜻을 자기 안에서, 그리고 자기와 관련된 것에서 이룩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는 수고나 고통을 마다하지 않고 언제나 십자가를 졌다"(1생애115).

우리도 매일 매일 십자가를 지는 훈련을 하기로 하자.
하느님의 생명, 참 생명을 얻기 위하여, 그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85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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