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아란 하늘에 낮달이 떴다.
초생달인 것 같다.
조금 더 지나야 "햇님이 쓰다버린 쪽박"이 되겠지...
그 옆으로 하얀 비행운이 직선을 긋고 지나간다.
이것을 조화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파괴라고 해야할까?
나는 파괴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낮에 나온 달은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동화가 아니다.
인위, 작위가 무위를 파괴할 때 자연은 더 이상 우리에게 자연스럽지 않게 된다.
자연 안에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무엇인가가 깃들여, 숨어 있다.
신화, 신비 속에 빠져들지 못하게 하는 무엇인가가 우리의 삶을 침범하고 있다.
아니, 보여지는 것만을 바라보라고 하는 사조가 우리를 옭죈다.
우리 인간은 그렇게 스스로를 현실 저 너머의 신비스러움으로부터 소외시켜 가고 있다.
수많은 아름다움이 감추어져 있는 현실의 각막함 안에 머무르게 한다.
사진 한 장이 나로 하여금 멀어져만 가는 "저 세상", 신화의 세상, 신비의 나라를 그리워하게 한다.
온전한 진선미가 숨어 있는 저 너머를 그리워할 줄 모르는 인간들을 안타깝게 여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