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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기2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 재의 수요일(마테 6,1-6.16-18) 1. 지난 11월 아버지의 장례 때에 화장장에서 재가 되어버린 유골을 유골함에 모시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한 인간의 수십년 인생이 저렇게 허무하게 재가 되어 버리는구나 하면서... 그리고는 부끄럽게도 그뿐이었다. 까마득하게 잊고 살아왔다. 2. 오늘 우리는 이마에 재를 바르며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는 말씀을 듣게 된다. 우리 인간이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기억하고 살게끔 해주는 예식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사실을 기억하며 살지 못한다. 기억력이 나쁜 사람을 일컬어 "새대*리"라고 욕을 하는데, 우리 모두가 인간의 머리를 지녔음에도 왜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 앞에서는 새가 .. 2013. 2. 13.
짜증나는 사순절? 재의 수요일 사순절이 시작되었다. 많은 이들이 사순절에 대해서 잘못된 이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매년 돌아오는 이 시기는 무조건 고신극기(苦身克己)를 하기 위해서 금육, 단식을 일삼아야 하고, 희생을 많이 해야 하고, 십자가의 길도 하면서 내색은 하지 않지만 어렵살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본당에서는 남자들은 술, 담배도 끊고 여자들은 화장이나 옷치장도 삼가야 한다고 가르치기도 하는 모양이니 더욱 그러할 수 밖에... 이렇게 억지로 억지로 40일을 지내다 보니 어느새 부활절이 되고 이 때부터 비로소 살판난다. 그러나 사순절은 그러한 시기가 아니다. 고통의 시기가 아니라 은총의 시기이다. 우리 인간들, 그중에서도 나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보다 깊이 체험할 수 있는 시기이다. 먹고 살기 바뻐서.. 2009.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