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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황당한 임신

by 大建 2014. 3. 25.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루까 1,26-38)


가끔 사진동호회에 "아빠가 된답니다", "임신했답니다", 이런 제목의 사진이 올라온다. 그리고 임신여부를 알려주는 무슨 키트(?)를 찍은 사진이 증거처럼 나온다.

이제 막 부모가 되는 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기쁠까 하는 생각으로 축하의 기도를 날려주기도 하지만, 임신 여부를 스스로 판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에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마리아라는 처녀는 신랑감도 아닌, 전혀 생면부지의 천사라는 존재에게서 자신의 임신 소식을 듣게 된다.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이었겠는가! 유부녀도 아닌 처녀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임신을 하고, 그것도 남이 알려주어서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당연히 마리아는 자기가 처녀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하고 항변을 하지만,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말씀을 듣고는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며 하느님께 순응하는 자세를 보인다.

사실 남녀가 사랑을 하여 임신을 하게 되더라도 그것은 인간의 힘으로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아무리 간절히 임신을 원해도 하지 못하는 부부도 있고, 또 임신을 하더라도 건강한 아기가 건강하게 탄생한다는 보장이 없으며, 내가 원하는 성격, 내가 원하는 모습의 아기를 잉태할 수 없는 노릇임을 우리가 생각한다면 우리는 생명 앞에 항상 경외심을 지니지 않을 수 없고, 그러한 생명의 주재자이신 분께 흠숭드리지 않을 수 없다.

비단 생명의 잉태 뿐이랴!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많은 경우에 우리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경우를 많이 당하게 된다. 더러 황당하기도 하고 더러 분노하기도 하면서 그런 일을 당하면 피하려고 기를 써보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그런 경우가 있다. 그러면서 좌절을 하거나 극심한 절망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생각해보자! 우리의 탄생과 죽음이 인간의 힘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 여정에도 그러한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생명, 인생(Life)에는 그렇게 우리가 이해할 수도 없고, 어쩌지도 못하는 신비의 차원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순간에도 스스로 황당한 방법(?)으로 마리아에게 잉태되어 우리 곁에 오신 "임마누엘"이신 분께서 함께 하고 계심을 생각하면 우리는 위로를 받고 새로운 희망으로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임마누엘 하느님께서 우리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아니 사실 죽음을 넘어서까지 함께 하고 계신다. 우리 삶의 여정 안에서 순간순간 황망한 일이 닥치더라도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말자. 그리고 마리아와 더불어 기도하자!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47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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