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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무너진 법의 정신

by 大建 2014. 3. 26.

 

사순 제3 주간 수요일(마테 5,17-19)

 

400억원대 벌금·세금을 내지 않고 뉴질랜드로 출국한 뒤 현지 카지노에서 도박 게임등을 하다가 귀국한 허재호(72) 전 대주그룹 회장이 자진 귀국해 ‘일당 5억원’짜리 노역을 시작했다고 한다.

노역은 경제적 사정으로 벌금을 못 내는 경우 교도소 등에 수감돼 벌금 납부 대신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허 전 회장의 ‘노역 일당’(노역장 유치 환산 금액) 5억원은 사상 최고 액수로, 허 전 회장은 49일만 일하면 벌금을 다 낸 것으로 간주된다. ‘봐주기 판결’ 논란이 이는 이유다. 더욱이 토요일과 일요일엔 노역이 집행되지 않아, 토요일 밤 노역장에 유치된 허 전 회장은 이틀간 일을 하지 않고도 10억원의 벌금을 ‘탕감’받게 됐다.

지역의 판검사들이 무시 못할 인맥이 형성되어 있기에 이러한 "황제 노역"의 판결이 나온 것이다. 통상적으로 서민의 경우 5만원 정도의 노역 일당이 책정되는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불공정한 판결이다. 

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식으로 지목된 채모군의 정보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보를 요청한 청와대 관계자들은 처벌하지 않고 정보를 제공한 사람들만 처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렇게 이 나라에서 불의한 판.검사들에 의해 법의 정신이 무너지고,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일반화된 것은 벌써 오래 전 일이다.

 

오늘 주님께서는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고 하신다. 율법에 충실한 것과 하느님께 충실한 것은 다르지만, 그렇다고 하느님께 충실한 것이 율법 규정을 완전 무시하고 없애 버린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불완전한 모세의 율법을 주님께서는 완성하러 오셨다.

그런데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경직된 무서운 율법을 자애로운 사랑의 율법,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는 법으로 완성하시겠다는 뜻이다. 이는 율법 본래의 기능을 회복시키실 뿐 아니라, 당신 자비의 은총으로 사람을 돌보시겠다는 주님의 의지의 표현이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요한 3,16)  당신의 아들을 죄 많은 인간의 모습으로 보내어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대속) 수난당하게 하심으로써 이 세상의 죄를 없이 하셨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성령을 보내셔서 우리 신앙인들이 죄의 권세를 극복할 수 있게 해 주셨다. 이제 신앙인들은 성령을 따라 살기만 하면 율법의 요구를 이룰 수 있다. "인간의 본성이 약하기 때문에 율법이 이룩할 수 없었던 것을 하느님께서 이룩하셨습니다. 이렇게 해서 육체를 따라 살지 않고 성령을 따라 사는 우리 속에서 율법의 요구가 모두 이루어졌습니다"(로마 8:3-4). 

따라서 우리가 소극적으로 율법의 법조문들에 얽매이지 않고, 성령에 따라 보다 적극적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며 이웃을 사랑하는 자세로서  우리의 삶을 꾸려나갈 때 우리는 율법의 노예가 아니라 당당히 "율법의 주인"(마테 12,8 참조)으로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며, 또한 율법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이 계명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또 사람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자는 하늘 나라에서 가장 작은 자라고 불릴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하늘 나라에서 큰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

비록 이 세상, 이 한국 사회에서는 법의 정신이 무너졌지만, 주님께서는 법의 정신을 바로 세우시고 완성하시는 분이시다. 따라서 우리도 하느님의 계명과 말씀을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즉 법의 정신을 따라 잘 지켜나가는 올바른 신앙인, "하늘 나라에서 큰사람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49S2Ic)

 

 

 

p.s.  26일 오후에 검찰은 "황제 노역"을 중단하고 벌금형을 강제 집행하기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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