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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새 하늘 새 땅

세월호를 기억하며

by 大建 2016. 4. 15.




오늘은 세월호 침몰이라는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지 정확히 2년 되는 날이다.

오늘을 전후 하여 전국 각지에서는 합당히 구조되어 생명을 누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억울하게 구조받지 못하고 희생당한 304명의 영혼의 안식을 기원하며, 남겨진 그들의 가족이 절망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고 버텨냄으로써 사건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위로하고 연대하는 각종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그리고 그리스도교 신앙인들 중에서도, "아직도 세월호?" "이제 그만 잊자!"고 하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 온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신앙인들은 그러한 망각의 대열에 합류해서는 아니된다. 그리스도교는 근본적으로 "기억의 종교"요, 그리스도교 신앙인은 "기억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 미사 중에 사제의 입을 통하여 "너희는 나를 기억(memoria, anamesis)하여 이를 행하여라." 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그분께서 세우신 성체성사를 거행하듯이, 그분께 대한 "기억"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신앙은 생겨날 수가 없는 것이다. 

사실, 그분을 기억하는 제자들이 자신들이 기억하는 그분의 말씀, 행적, 기적 등을 우리에게 전승해준 것이 신앙으로 체계화 된것이다. 그분에 대한 기억 안에서 제자들은 하느님의 섭리하심을 깨달았고, 함께 하시는 하느님(Immanuel)을 만나 뵈었다. 그렇기에 제자들은 그분께 대한 기억 안에서 스스로를 변화시켰고, 세상에 자신들이 체험한 "구원과 해방"을 알리고, 목숨을 바쳐가면서까지 증거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기억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과거, 역사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게 하고, 그리하여 이제 신앙(믿음)이 된 기억은  그 하느님, 그분의 안배하시는 사랑으로 말미암아 우리 자신을 변화-회개시키도록 자극하며, 우리 자신 뿐만 아니라 세상을 하느님의 나라로 변화시키도록 투신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따라서 역사 안에서 섭리하시는 하느님을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망각할 때 인간은 죄를 짓게 되고, 하느님이 아닌 것을 섬기는 우상 숭배를 하게 된다. 그리스도인들이 황금만능주의, 권력지상주의에 빠지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이 나라 국민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당신으로부터 비롯된 우리의 생명이며, 그 누구의 생명도 이러한 존엄성에서 비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깨우쳐 주셨음을 믿는다. 그리고 십자가의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그리스도 예수께서는 당신이 초지일관 이 땅에서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하시며 그들을 위로해주셨음을 기억하며 우리로 하여금 당신처럼 유가족들의 아픔에 동참하고 연대하도록 부르신다고 믿는다. 또한 저 무서운 사건 안에 숨겨져 있는 불의, 폭력, 야만성을 우리가 끝까지 파헤쳐 드러냄으로써 하느님의 진리와 정의가 궁극적으로 승리함을 선포하도록 우리를 재촉하심을 믿는다.


신앙을 접어두고서라도,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이 진리임을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이 말은 우리가 과거에 일어난 일을 망각하지 말고 기억해야 하며, 과거의 사건읋 오늘날의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함을 뜻하는 것이다. "망각(忘却)은 망국(亡國)"이라는 말이 바로 그런 뜻인 것이다. 

자식들, 자족을 잃고 애통해 하는 유가족을 위로하고 힘을 보태주지는 못할 망정, "이제 그만 잊으라"고 하는 냉정하고 모멸찬 인간들 앞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고통받는 이들을 위하여 당신을 온전히 바치심으로써 "자비하신 하느님"을 이 세상에 드러내 보여주시고 또 우리도 그렇게 살도록 초대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며 하느님의 자비와 정의가 드러날 때까지 당당하게 연대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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