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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오소서, 주 예수여!

by 大建 2008. 11. 30.
대림 제1 주일(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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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 13,33-37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에게 다시 오실 것을 약속해주신 그리스도께서 남기신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오늘부터 대림절이 시작됩니다. 대림절은 어떤 기간입니까? 대림절은 문자 그대로 오시기를(臨) 기다리는(待) 기간입니다. 어떤 분은 이렇게 말씀드리면, “아! 성탄절,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기간이구나, 이제부터 카드도 쓰고 크리스마스트리와 여러 가지 장식들을 잘 준비해야 하겠구나” 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대림절은 성탄절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기간이 아니라, 그 성탄절의 주인공을 기다리는 기간입니다. 즉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리는 기간입니다. 그런데 이 그리스도의 오심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유다인들이 하느님의 아들 메시아가 이 땅에 오시기를 수천 년 동안 학수고대하며 기다렸듯이 메시아 즉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벌써 이천년 전에 탄생하셨는데 또 다른 그리스도를 기다린다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성탄절을 맞이하면서 우리 마음속에서 그리스도가 다시 태어나실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그런 뜻입니다. 사실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내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이 땅에 새로운 그리스도로 태어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기간이 대림절인 것입니다.

또한 대림절은 그리스도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기간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오늘 복음에서와 같이 당신이 다시 오실 것임을 여러 번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시고 부활하시어 하늘나라의 영광 중에 계신 그리스도께서 언젠가 다시 오실 것임을 우리는 믿고 있습니다(“산 이와 죽은 이들을 심판하러 오시리라 믿나이다”). 바로 그리스도의 이러한 재림(再臨), 즉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 주님이 다시 오실지는 오늘 복음에서 그분께서 말씀하시듯이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주님은 우리가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에서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모든 생활을 주님이 원하시는 바에 맞도록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즉 주님이 말씀하신 행복의 원칙과, 주님이 제시하신 인생관과 가치관을 가짐으로써 진정 주님의 복음이 문자 그대로 “기쁜 소식”으로 받아들여지는 생활을 뜻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주님께서 명하신 일을 행하겠다는 마음은 가지면서도, 항상 세속적인 일이라든가 감각적인 쾌락 등에 얽매여 그분께서 주신 고귀한 “달란트”를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보아야 합니다.

몇 년 전에 이런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어떤 사람이 외국에 일하러 가서 몇 년 동안 뼈빠지게 일하고 귀국을 했더니 아내는 춤바람이 나서 가출을 했고 자식들은 당연히 탈선하여 집안 살림이 엉망이었답니다. 이 사람이 노동의 대가로 벌어 꼬박꼬박 부쳐준 돈은 아내가 가지고 가버려, 새로운 삶을 시작할 바탕도 없다는 것을 안 이 남자는 결국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말씀드린 이야기와는 정반대되는 이야기를 또한 저는 알고 있습니다. 마테오라는 학생의 아버지는 마찬가지로 직장 관계로 오랫동안 외국에 나가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상 마테오의 어머니와 형제들은 아버지와 떨어져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테오의 아버지는 이제 귀국하게 되었다는 편지를 가족들에게 보냈습니다. 이 편지를 받은 그의 가족들의 기쁨은 비슷한 체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면 아무도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온 가족의 삶이 밝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가족 각자는 오래간만에 집에 돌아오시는 아버지를 맞이하기 위하여 분주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집안 단장도 새로 하랴, 새롭게 꾸며질 가정에서 자신의 위치를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정리해보랴, 그동안 일어난 일들을 정리해서 말씀드릴 준비를 하랴, 온 가족의 마음은 온통 돌아오시는 아버지이기만 쏠려 있었으니, 마테오의 아버지는 그들 모두에게 희망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주님을 기다리는 모습은, 이 두 가정 중에 어느 쪽에 가깝습니까?

우리가 무절제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때, 주님께서 갑자기 다시 오신다면 외국에서 귀국한 그 남자처럼 자살하시지는 않겠지만 기절초풍을 하실 것입니다. 하느님의 자녀, 그리스도 당신의 제자라고 일컫는 우리들이 마치 춤바람난 그 아내처럼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 참된 그분의 제자는 마테오의 가족들처럼, 준비하는 자세로, 그분의 말씀대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이 세상에서 복음을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에겐 공통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실천해야 합니다. 에스빠냐에서는 사순절과 대림절을 Tiempo fuerte, 즉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 때라고 합니다. 그러나 억지로 그렇게 살아가야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지금까지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그리고 지금도 베풀어 주시고 있는 은혜를 생각하고, 그분이 다시 오실 때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그 영광을 희망한다면 복음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것은 그렇게 힘든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대림절과 더불어 이제 우리는 한해의 마지막 달을 맞이하려 하고 있습니다. 2008년을 마지막으로 세상이 종말을 고한다고 할지라도, 또는 주님이 내일 당장 재림한다고 할지라도 윤동주 시인의 표현대로 “하늘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없는” 그러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그래서 다시 오시는 주님, 희망과 영광의 주님을 진정한 환희 속에 맞이할 수 있도록 이 대림절을 알차게 지내봅시다. 그리고 묵시록의 저자처럼 우리도 마음 속으로 “오소서, 주 예수여!”(22,21)를 되뇌이기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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