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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변화를 위하여

by 大建 2008.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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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 4 주일  



   인간의 내면에는 두 가지의 상반된 욕구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합니다. 하나는 변화하고픈 욕구이고, 다른 하나는 변화하고 싶지 않은 욕구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지금 보다 나은 삶으로 나아가고 싶은 욕구와 함께 비록 불편하더라도 지금 이대로 살고 싶은 욕구가 공존하는 것입니다.

   저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는 사람들을 상담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알고, 변화하고 싶어 하면서도 막상 자신의 변화를 위한 일들을 시작하는 단계에 들어서면 상담을 포기하거나 자신의 변화가 아닌 다른 방법을 찾는 모습을 보게됩니다. 인간이 진정으로 변화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익숙해진 삶의 방식을 버리고, 낯설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배워야 하기 때문에 변화가 요청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저항하게 되는 것입니다.

   대림절의 마지막 주간에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복음의 말씀은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이 걸어가는 신앙의 여정에서 겪게 되는 변화의 과정을 깊이 묵상하게 해줍니다.

   천사는 하느님의 뜻을 마리아에게 전해주기 전에 먼저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는 인사를 건넵니다. 이 인사말은 형식적인 인사치레가 아니라 신앙의 여정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동기와 목적을 일깨우는 말씀입니다. “주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는 사실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하는 문제는 일상의 사건들을 통해 전해지는 하느님의 뜻을 알고 실천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천사가 하느님의 뜻을 전하기 전에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영적진실을 일깨워 주는 것은 영성생활에서 먼저 이루어져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영성생활은 하느님의 현존에 대한 분명한 믿음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이 인사를 듣고 몹시 놀라며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습니다.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는 믿음살이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이 영적진실을 깊이 생각하고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마음 속 깊이 새기고 사는 영적인 삶의 모습을 배우게 합니다.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는 영적 진실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놀랍고도 신비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앙생활은 이 영적진실을 되새김으로써 하느님의 뜻을 발견하는 과정으로 성장합니다. 천사는 이제 하느님께서 마리아를 통해 이루시고자 하시는 일(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밝혀줍니다. 마리아에게 전해진 하느님의 뜻은 하느님을 믿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전해지는 하느님의 부르심이며 초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일상의 모든 사건들을 통하여 당신의 뜻을 우리에게 전해주십니다. 우리의 삶 속에는 뜻밖의 소식과 두려운 사건들이 존재합니다. 뜻하지 않은 사건들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기도 하고, 자신의 삶 속에 드리워진 하느님의 섭리가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마리아는 천사를 통해 전해진 뜻밖의 소식을 접하고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습니다. 마리아가 하느님의 뜻을 전해 듣고 보이는 태도는 신앙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접할 때 우리 자신 안에 일어나는 반응을 보여줍니다. 놀라움과 두려움이 그것입니다. 영적여정에는 늘 놀라움과 두려움이 공존합니다.

   아이들이 자랄 때 성장통을 겪듯이 영적인 삶 안에서도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화를 위한 고통과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진정으로 변화하기를 바라고 또 변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도 때로는 뜻밖의 소식처럼 전해지는 하느님의 뜻과 변화해야 한다는 엄연한 요청 앞에서 마리아처럼 놀라워하고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영적으로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사람에게 ‘놀라움’은 하느님의 현존에 대한 믿음 안에서 기쁨으로 바뀌고, ‘두려움’은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믿음 안에서 신뢰로 바뀝니다.

   놀랍고도 두려운 하느님의 뜻을 대하게 되면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로 결심하는 순간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그 길을 갈 수 있는 힘도 주신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전해진 복음으로, 또 오랜 세월 감추어 두었던 신비의 계시로 우리의 힘을 북돋아 주실 능력이 있는 분’(로마 16, 25)이시기 때문입니다. 마리아가 자신에게 전해진 하느님의 뜻 앞에서 놀라움과 두려움을 안고서도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응답했듯이 우리를 새롭게 변화시키시는 주님의 뜻에 기쁘게 응답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하며 다가오는 주님의 성탄을 기다립시다.